[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갈등과 혐오 넘어 공존과 번영의 지정학 정치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갈등과 혐오 넘어 공존과 번영의 지정학 정치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8.15 15:05
  • 수정 2021-08-15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하면서 긴 국경선을 가지고 있다. 북쪽 586km의 국경선을 핀란드와 공유한다. 노르웨이와는 남쪽에서 최북단까지 1619km의 국경선이 길쭉하게 늘어서 있다. 3218km의 해안선을 따라 덴마크,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칼리닌그라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국경선이 맞닿아 있다. 이렇게 9개 나라와 국경선이 맞닿아 있어 위협과 함께 기회가 공존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1990년 소련과 동유럽이 무너지기 이전에는 에스토니아부터 폴란드까지 포함한 5개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지만 발틱 3개국과 폴란드가 2004년 친서방 군사동맹인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를 제외하고 모두 자유시장경제 국가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들이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자유로운 여행, 물류이동 뿐 아니라 노동인구이동이 활발해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거대한 지역경제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유럽으로부터 외톨이로 떨어져 있었던 스웨덴은 2000년 7월 1일 덴마크와 스웨덴 간에 외레순드 다리로 연결되어 스웨덴은 노르웨이 최북단부터 이탈리아 남부, 그리고 포르투갈까지 유럽이 한 덩어리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냉전 붕괴 후 이어진 국경 교류

스웨덴이 북유럽의 경제중심지로 떠오르게 된 계기가 냉전체제의 붕괴다. 동유럽이 서유럽의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냉전체제 하에서는 친소련 동유럽국가들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출한 국방안보비용이 상당했지만, 대신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으로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국경이 맞닿아 있는 국가들 간의 국경 교류다.

스웨덴과 폴란드, 그리고 발틱 3국간의 국경무역과 관광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스톡홀름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폴란드의 그단스크까지 연결되어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스톡홀름에서 발틱 3국의 탈린, 리가, 카이베다를 오가는 정기유람선이 운항되고 있어 매년 관광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톡홀름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운항하는 유람선도 취항하고 있어 말 그대로 스톡홀름은 인기 있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스웨덴이 이웃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독일 간의 국경무역도 상당하다. 스웨덴과 노르웨이간의 국경무역은 최고조에 달했던 2018년 1조5000억원을 넘어 섰다. 스웨덴 제2도시 예테보리부터 오슬로까지 이르는 290km의 구간에 3개 이상의 대형 쇼핑몰이 늘어서 있고, 이 지역에서 1년 매출이 1조원을 넘는다. 1619km의 양국 국경선을 따라 대형 쇼핑몰이 즐비하고 스웨덴 국경지역의 경제에 중요한 수입원이다.

스톡홀름과 헬싱키를 오가는 정기유람선이 매일 두 편이 운항되고 있고, 다른 도시 간에도 정기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어 양국 간의 교류는 매우 활발하다. 덴마크와 스웨덴과의 관계는 갈수록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진입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팽창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레순드 다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스웨덴의 말뫼와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공동경제권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다리가 건설되기 전에는 하루에 고작 2600명 정도의 이동인구가 2011년 이후 1만8000명으로 수직 상승했고 2014년에는 33000명까지 기록했다. 코펜하겐과 말뫼간을 운행하는 기차는 매 시간마다 운행되고 일일 자동차 이동도 2만대를 넘는다. 스웨덴의 주거비용과 물가가 더 저렴해 말뫼에서 코펜하겐까지 출퇴근하는 덴마크 주민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두 도시간의 이동인구는 점점 더 늘어나고 지역경제는 더욱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동북아의 공동번영 이끌까?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그리고 아이슬란드까지 포함한 5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북구평의회(Nordic Council)은 5개국 간의 무비자이동과 노동시장의 개방 그리고 지역투표권까지 부여해 명실공이 세계에서 가장 친밀한 지역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정지해 있는 듯 해 보이지만 그래도 국가 간의 친선관계는 매우 돈독하다. 이웃국가들과 평화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지역안정과 국민들의 안전, 삶의 질 향상 뿐 장기적 공동번영의 토대를 놓는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 지역도 역사적으로 앙숙관계였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의해 400년 이상 지배당한 아픈 과거가 있다. 하지만 1953년 이후 서로의 아픈 과거는 뒤로 하고 미래를 개척해 후대에 물려주고자 북구평의회에 동참했다. 폴란드와 발틱 3국은 냉전체제 하에서 북유럽 5개국과 상호 적대국이었지만, 이제는 발틱해 공동체를 함께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2차대전 때 독일의 침략을 받아 적대감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지만 독일과 북유럽평의회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갈등관계와 아픈 과거를 넘어 공동번영과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지역관계 정립이 중요하다. 한국은 앞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공동번영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