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이의 마음대로 책 읽기] 영어 더 잘하고 싶다면? 문화 이해부터
[박선이의 마음대로 책 읽기] 영어 더 잘하고 싶다면? 문화 이해부터
  • 박선이 기자
  • 승인 2021.08.08 10:59
  • 수정 2021-08-09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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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대체 왜? 그런가요』
​​​​​​​채서영 지음, 사회평론 펴냄
『영어는 대체 왜? 그런가요』 ​​​​​​​채서영 지음, 사회평론 펴냄
『영어는 대체 왜? 그런가요』 채서영 지음, 사회평론 펴냄

영어 좀 잘 할 수 없을까? 영어유치원 교습비가 4년제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것이 한국 현실이다. “10년 배운 영어 10초도 할 수 없다면 **스쿨로 오라”는 학원광고 CM송에 귓전에 낭랑하다면, 당신도 나도 영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영어는 대체 왜? 그런가요』(사회평론)는 현역 영어영문학과 교수인 채서영 서강대 교수가 쓴 책이다. 그는 제주도 여행 중 겪은 일을 첫 머리에 들려준다. 손님이 영어 교수라는 것을 알고 식당 주인은 “빈 접시를 치워도 될까요?”라고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물었다. 나도 궁금했다. 채 교수의 답은 “May I remove the plates?”이다. 별 거 아니군!(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영어 공부 좀 했다면 초등학생도 알만한 쉬운 영어다. 그런데 열쇠는 그 앞에 해야 할 말에 있다. “다 드셨어요?(Are you done?)”을 먼저 말해야 한다. 무턱대고 “치워도 돼요?”라고 않는 것, 그것이 ‘잘 하는’ 영어의 비밀이다. 오래 전, 다섯 살 딸을 데리고 영국 연수를 다녀온 후배의 경험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이 떠들면 선생님이 “조용히 해!”라고 말한단다. 영어로 뭐라고 했을까? 내가 중학교 때 배운 영어로는 “Be quiet”,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는 “Silence!”하고 외친다. 후배 딸의 유치원에서는 “Oh, dear”(아이고, 얘들아…)라고 한단다.

저자는 대학 영문과에서 언어로서의 영어를 가르친다. 사회언어학을 전공한 그는 언어 사용을 사회적 행위로 보고, 다양한 요인들이 언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단어를 많이 알고 발음이 현지인 수준이라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별 구분 없이 성중립적으로

사회문화적 맥락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젠더 이슈다. 저자는 ‘차별하는 언어, 달라지는 여성’을 독립된 챕터로 제시한다. 누가 “내 이웃은 금발이야(My neighbour is a blonde)”라고 말한다면 그 ‘금발’은 “분명 여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프랑스어에서 온 블론드라는 단어는 남성형(blond), 여성형(blonde)를 다 가진 단어지만 거의 언제나 (예쁘지만 멍청한) 여성의 대명사처럼 쓰인다는 것이다. 영어 단어에서 여성형은 본래의 뜻보다 비하적이거나 나쁜 의미로 쓰이는 일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주인(Master)/여주인(Mistress)이다. Mistress는 본래 뜻인 여주인보다 숨겨둔 애인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어 뿐 아니라 일상 언어에서 성별 구분이나 차별이 고정 관념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주목한다. 국회의원을 congressman이라고 하던 것을 이제는 legislator, congressional representative로 바꾸는 것처럼, 성별을 구분 짓는 명사(gendered noun)를 성중립적인 다른 단어로 바꾸어 쓰는 것이 그 예다.

“틀리더라도 일단 자신 있게”

이 책의 미덕은 ‘영어의 왕도’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좋은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일’이며 ‘소통’이야말로 영어를 잘 하는 것의 목표라고 제시함으로서, 영어(하기)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한다. 유창함과 정확함 중 꼭 하나를 얻어야 한다면, 유창함이 먼저라고 말하는 저자는 “틀리더라도 일단 자신 있게 말하라”고 권한다. 소통의 열쇠는 소리! 듣고 말하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전 초보라면 어린이 동화나 동요를 듣는데서 시작하고, 어느 정도 수준이 높아지면 테드 강연(TED Talks)을 들어보라고 권한다. 테드 강의를 반복해도 들을 수 있게 만든 애플리케이션 ‘TED ME’ 활용도 추천한다. 자막을 보지 말고, 영어의 리듬과 말소리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첫 단계다. 말하기는 영어를 들으면서 중얼중얼 소리 내서 따라 하기를 습관화하는데서 시작한다.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세(stress)와 발음. 사진기를 한국인은 카-메-라, 로 또박또박 나누어 발음하지만 영어에서는 -머러로 첫 음절을 강조한다. 이런 차이와 함께 영어의 다양한 단어와 문법(특히 단수복수 및 시제)의 의미를 재미있게 풀어쓴 이 책은 단순한 영어학습서가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말하기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교양서이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영어의 인문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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