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우 대변인 "안산 선수 ‘남혐 지목 용어' 사용" 주장
논란 일자 이준석 대표, "여성 혐오 관점 없어" 두둔
자신 향한 정의당 비판에는 "헛것 봤나" 반박까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8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8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를 페미니즘과 연관시킨 온라인 공격과 괴롭힘을 두고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안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이준석 당대표는 '헛것'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는 "정치권이 20대 청년들을 여성 혐오·남성 혐오 프레임에 함몰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궁협회에 안산 금메달 박탈 요구 내용은 오보’라는 기사를 공유하며 “결론은 정의당에서 헛것을 보았다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인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헛것을 본 것이 아니라면 이 모든 상황을 조작해 제1야당을 음해하는 심각한 정치공작을 벌인 것이니까”라며 “헛것을 본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젠더갈등 유발을 통한 정치공작 논란 한번 시작해 보실까요”라고 했다.

이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선수에게 가해진 광범위한 온라인 폭력을 어떻게든 양궁협회 전화로 축소해보고자 애를 쓰고 계시지만 이걸 어쩌죠. 폭력의 목격자는 정의당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국민들이 헛것을 봤다고 억지주장을 하는 모습, 눈살이 찌뿌려진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준석의 정치야말로 젠더차별을 모른척하고 젠더갈등의 힘을 동력으로 삼는 정치임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고 일갈했다.

양준우 대변인 “안산 선수 ‘남혐 지목 용어’ 사용” 주장

이 대표와 장 의원의 공방은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의 SNS 글로부터 시작됐다.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으나 이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면서도 “나는 안산 선수에 대한 이런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썼다.

장 의원은 “안산이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말로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양준우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비판했다. 안 선수가 남성혐오 용어를 사용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읽히자 양 대변인은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산에게 있다’고 읽히나”라면서 “논쟁의 발생에서 ‘숏컷’만 취사선택해 ‘여성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에도 이준석 대표, 양 대변인 두둔 “여성 혐오 관점 없어”

이 대표는 양 대변인의 글에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며 두둔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양 대변인의 글은) SNS상에서 논평 형식이 아니라 본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고, 논란의 시점이 어디냐에 대한 부분은 개인의 생각”이라며 “양 대변인이 만약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본인이 썼거나 아니면 거기에 대해서 부적절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제가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젠더 문제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페미니즘에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일부 남성들은 지에스(GS)25 이벤트 홍보물의 집게손가락 사진이 남성혐오의 은밀한 징표라며 회사 쪽에 사과를 압박했고, 당시 이 대표도 ‘젠더 갈등,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지에스가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강민진 “이준석, 안티페미 세력 키우며 자기 기반 마련”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일 SNS에 “이 대표는 그동안 안티페미니즘 세력을 키우며 자기 기반을 마련했다. 안 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 이뤄진 배경에는 이 대표의 책임이 있다”며 “쇼트커트를 했다고 ‘페미’라며 마녀사냥하는 데까지 나아간 현 상황에 이 대표가 자기 책임을 ‘손절’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CBS라디오에서 양 대변인이 개인 SNS에 올린 입장에 대해서는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대녀(20대 여성)와 이대남(20대 남성)의 갈등 부분에 대해 정치권이 나서서 조장하거나 촉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 대변인의 개인 입장을 이준석 대표의 입장과 연결 짓는 것은 “극단적인 낙인찍기”라며 선을 그었다.

“정치권, 20대 청년들 여혐·남혐 프레임에 함몰시켜선 안 돼”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4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중요한 것은 안 선수를 향한 성차별 발화는 실제로 있었지만, 양준우 대변인은 이를 두고 '안산 선수가 남혐 지목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며 안 선수에게  온라인 괴롭힘을 가했다”면서 “모욕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주장이 공당 대변인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정치권이 만든 혐오 프레임에 20대 청년들을 함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여성과 남성들은 여혐·남혐 프레임 외에도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며 “특히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여혐·남혐에만 함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굉장히 나쁜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특히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안티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안산 사건이 이 대표에게 돌아간 것도 본인이 자초한 결과”라며 “이 대표는 청년들이 갈등을 넘어 교용, 환경, 경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정치에 참여할 구조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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