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더 쉽고 가깝게] ‘천공권’·‘무자력’, 법조문은 어렵고 길어야 제맛?
[공공언어 더 쉽고 가깝게] ‘천공권’·‘무자력’, 법조문은 어렵고 길어야 제맛?
  • 박성희 전문위원 / W경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1.08.08 14:06
  • 수정 2021-08-1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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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천공권· 공서양속· 무자력· 주위적 공소사실, 모사전송
‘주위적 공소 사실(主位的 公訴事實)’이라는 어려운 용어보다 공소의 주된 사실’ 혹은 ‘주된 공소 사실’을 쓰면 어떨까. ⓒMBN 뉴스/유튜브 캡처
‘주위적 공소 사실(主位的 公訴事實)’이라는 어려운 용어보다 공소의 주된 사실’ 혹은 ‘주된 공소 사실’을 쓰면 어떨까. ⓒMBN 뉴스/유튜브 캡처

⑩ 천공권· 공서양속· 무자력· 주위적 공소사실, 모사전송

일부러 그러는 건가. 합리적 의심이다. 아니고서야 용어는 왜 그리 어렵고, 문장은 어찌 그토록 길단 말인가. 법조문 얘기다. 법원의 판결문은 읽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판결문만 그런 것도 아니다. 법조계에서 쓰는 용어는 낯설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쉬운 말로 해도 될 것도 굳이 낯선 한자어를 사용해 머리를 부여잡게 만든다.

천공권, 무자력같은 단어만 해도 그렇다. ‘천공권(天空權)’을 풀이하면 하늘 천, 빌 공, 권한 권이니 빈 하늘을 볼 권리를 말한다. 그냥 하늘 볼 권리라고 하면 될 것을 천공권이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말을 가져다 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청구 기각

태양반사광 침해: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초과하지 않음.

조망권 및 천공권, 사행활 침해 및 야간조명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인정하지 않음

무자력(無資力)’도 마찬가지다. ‘없을 무, 재물 자, 힘 력이니 재물을 감당할 힘이 없음, 소송비용을 댈 능력이 없음을 뜻한다. 법조계의 설명은 길고 어렵다. 무자력은 자연인의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빈곤하여 자기 및 가족에게 필요한 생활을 어렵게 하지 않고서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일부러 그러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무자력에 대한 난해한 설명과 달리 소송구조에 대한 설명은 한결 간결하기 때문이다. 소송구조 제도는 소송비용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법원이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재판비용의 납입을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법조계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쉬운 말과 문장을 일반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서양속(公序良俗)도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용어다. 문자대로 풀이하면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이다. 민법(103)에선 공서양속 대신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라고 바꿨으나 상표법(71)에선 그대로 쓰고, 보험약관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공서양속 대신 사회 질서와 선량한 풍속으로 통일할 일이다.

어렵기로 치면 주위적 공소 사실(主位的 公訴事實)’예비적 공소사실도 만만치 않다. ‘주위적의 한자 풀이는 주된 지위적이란 뜻이지만, 한글로 주위적이라고 쓰면 주변적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공소는 공적인 하소연, 즉 검사가 (범죄사실에 대한) 재판을 신청하는 것이다. 주위적 공소사실이라고 하면 공소를 제기한 주된 범죄 사실이란 말이다. ‘공소의 주된 사실혹은 주된 공소 사실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 소송경과

1(대구지법) : 징역 6/ 부착명령 청구기각

A, B와의 간음(또는 간음미수) 부분 :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

B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로 인한 아동복지법 위반 : 유죄

‘모사전송’은 팩시밀리의 일본식 한자어다. 상용어 ‘팩스’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법제처
‘모사전송’은 팩시밀리의 일본식 한자어다. 상용어 ‘팩스’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법제처

모사전송도 법조계 특유의 언어다사자성어가 아니라 팩시밀리의 일본식 한자어다. 팩시밀리를 줄인 팩스(fax)는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외래어다. 모두가 알고 쓰는 상용어를 놔두고 굳이 생소한 일본식 한자어를 찾아 쓰는 법조계의 한자 선호 풍토는 무엇 때문일까.

대법관 제청절차 관련 심사동의자에 대한 의견제출 절차 안내

4. 의견서 제출

-의견서는 우편(모사전송이나 전자우편 제외) 또는 대법원을 방문하여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의견서는 202176() 18시까지 대법원에 도달하거나 제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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