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형제가 될 것인가, 곰의 자식이 될 것인가

~b3-4.jpg

◀<곰이 되고 싶어요>

@b3-5.jpg

<브라더 베어>▶

'곰' 애니메이션 두 편이 한꺼번에 우리를 찾아온다. 디즈니의 신작 <브라더 베어>와 덴마크 거장의 <곰이 되고 싶어요>가 그것이다. 이번 겨울방학엔 아이들과 둘 중 하나라도 보러 가야 할 텐데, 뭐가 더 재밌을까?

두 작품은 언뜻 보기에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곰과 가족을 이루어가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헛갈린다. 게다가 주인공 소년들은 새까만 머리칼에 두 눈이 찢어진 동양인이다. 눈이 잔뜩 쌓인 추운 지방에서 산다는 점도 같다. 둘 다 곰으로 살다가 결국 곰이 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곰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자연과 이기적인 인간이 과연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묻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세계관과 연출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브라더 베어>는 디즈니의 거대 자본이 투여된 작품답게 화면의 세세한 구석까지 꽉 차 있다.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은 참으로 작은 존재다. 그만큼 자연은 두렵고 정복해야 할 대상이 돼버린다. 이 영화는 곰으로 변한 소년이 꼬마 곰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곰이 된 소년은 곰으로서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기를 동생처럼 따르는 꼬마 곰을 '보호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자연을 관리하고 통제함으로써 공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브라더…>는 아시아권의 여러 영화에서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소년이 곰으로 변신할 때의 무시무시한 코러스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와 유사하다. 콧물을 얼굴에 떨어뜨리며 장난치는 장면은 주성치의 <희극지왕>의 백미였다.

허술한 이야기 구조와 노골적으로 훈계하는 노래 가사, 말하는 짐승과 말 못 하는 짐승 사이에 펼쳐지는 인종주의적 편견 등도 마음에 걸린다. 평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불쾌할 영화다. 16일 개봉.

<곰이 되고 싶어요>는 <키리쿠와 마녀>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제작한 프랑스의 레 자르마티유 사가 공동제작했다. 덴마크 애니메이션의 거장 야니크 하스트룹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곰에 의해 키워진 소년의 이야기다. 그러나 소년은 친아버지에게 이끌려 인간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자신이 마법에 걸린 곰이라고 믿고 있는 소년은 이제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은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거대한 빙하 배경 보는 재미도 톡톡하다. 굵은 붓으로 슥슥 그은 듯한 수채화는 선 하나, 점 하나만으로 눈 쌓인 북극과 넓은 하늘을 표현해낸다. 여백으로 열려 있는 자연 속에서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존재들이다. 빼앗긴 아들을 되찾아야 한다는 집념에 불타는 사냥꾼 아버지만 빼놓고.

사냥꾼은 자식을 키운 어미 곰을 죽이고는 곰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아들을 억지로 끌고 돌아온다. 그는 늘 “이제 곧 사람처럼 말하게 될 거야”라고 되뇌이며 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물론 곰이 되는 것-을 애써 무시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나는 어떤 자식이고 어떤 부모인가? <곰이 되고 싶어요>는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과 시카고 국제 어린이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호평받은 작품이다. 30일 개봉.

최예정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