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 -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에 출연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MBC ‘100분토론’ 영상 캡쳐
지난 7월 13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 -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에 출연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MBC ‘100분토론’ 영상 캡쳐

종료된 JTBC <썰전>의 인기는 좌우의 ‘썰’을 팽팽하게 드러낸 능숙한 기획 덕분이다. 반면 지난 주 MBC <100분 토론>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관한 기획은 그렇지 않았다. 팽팽하기는커녕 논거가 약한 측의 일방적 주장이 상대의 전의를 상실케 한 기획이었다고나 할까. 미숙한 기획 결과를 두고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으나, 패널 중 하 태경 의원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육 내용을 반복적으로 비난했던 터라 한 마디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자체장 자격요건으로 자료해석과 독해능력 등의 기준을 내세웠다. 그 기준에 비춘다면 하 의원의 자료해석과 독해능력은 어떻게 평가될까. 2019년 여성가족부 성평등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일부 내용에 대한 그의 해석과 독해능력을 보면 갸우뚱하게 된다. 다양성이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임을 아는 여가부는 방송계에 마르고, 키 크고, 예쁜 연예인 등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재현하는 연출 자제를 (강제 아닌) ‘권고’했다.

물론 그 취지를 설명하는 문구가 “음악방송 가수들은 쌍둥이?”처럼 격이 없던 것은 지적되어야 한다. 그러나 큰 체구, 작은 키, 성소수자, 외국인,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대중매체에 고르게 대표되고 재현되어야 한다는 의도는 충분히 설명되었다. 여학생들의 다이어트, ‘연예인 화장’ 등 획일화된 ‘꾸밈노동’ 현상을 생각한다면, 여가부가 취해야 할 마땅한 조치였다. 몇몇 사이트와 방송사가 이 권고를 ‘외모 제재와 검열’ 프레임으로 오독했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국회의원인 그가 당시 진선미 여가부 장관을 ‘여자 전두환’으로 조롱했다는 건 유권자에겐 절망이다. 다양성 재현에 대한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을 촉구한 여가부의 노력을 독재자의 제재와 검열에 비유했다는 건, 하 의원의 자료해석력과 독해능력이 당대표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하 의원이 이번 토론에서 문제화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영상 교육자료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우리 모두의 시민적 의무’로 지난 5월 제목 수정)는 교포 여성을 고용한 한국 ‘여성 노인’을 등장시킴으로써 상황에 따라서는 여성 노인도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말한다. 마찬가지로 보좌진과 수행원에 대한 의원 갑질이 폭로되는 지금의 맥락에서 하 의원 자신은, 공공기관장 갑질과 채용비리 문제가 대두되는 최근 맥락에서의 나처럼 잠재적 가해자로 비춰질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원룸, 일터, 공공장소 등에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의 남성은 여성에게 잠재적 가해자로 여겨질 수 있다.

영상은 이러한 상황에서 ‘하 의원과 나처럼’처럼 잠재적 가해자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이들에게 말한다.—기분 나쁘다 화만 내지 말고, 경계하는 상대에게 본인은 다른 가해자들과는 다름을 보여주며 상대를 안심시키라고. 이러한 노력을 시민적 의무라고 한다고. 의원 보좌진, 노동자, 그리고 여성들의 생존(생계)에 관한 ‘기본권’은 의심받는다고 화내는 잠재적 가해자들의 ‘기분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고. 이준석 대표에게 묻는다. 이런 내용에 대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게 한다며 비난하고, 여가부 폐지의 근거로 삼는 하 의원은 이 대표의 능력 중심 기조에 부합하느냐고.

기관장 이전에 학자이자 교육자인 나는 쉬운 언어로 강의함으로써 더 많은 청중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여의도로 건너가 의원들을 대상으로 더욱 대중적인 언어로 개인과외나 그룹과외를 진행하고 싶어진다. 정치인의 성평등에 관한 자료해석과 독해능력 향상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MBC에게-토론 프로그램 기획력을 높이시라.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홍수형 기자
나윤경 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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