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공예가에서 음식장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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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씨는 맛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떡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사진·민원기 기자>▶

안정현씨가 '솜씨와 정성'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10년. 처음 '장사가 과연 될까'라는 걱정은 다행히도 기우로 그쳤다. 가게를 염과 동시에 몰려드는 손님으로 호황을 이뤘다. 지금 우리나라 최고 상류층 혼례음식은 대부분 여기서 만들어진다.

안씨의 성공 뒤엔 음식에 유난히 까다로웠던 시어머니가 있다. 시댁이 부잣집이라 손님 치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만든 음식에 대한 시어머니의 채점 순간. 이건 70점, 저건 80점 같은 식으로 채점을 해서 음식 만들기에 한동안 몰두했다고. 몇 년 동안은 힘든 나머지 화장실에서 몰래 운 적도 많았다고 한다.

오랜 시집살이로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만들게 된 안씨. 가정주부로서 야무지게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하지만 전통음식을 만드는 기술이 돈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에겐 20년간 해온 양초공예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던가. 부모님께 돈을 타는 것도 눈치가 보여 내가 돈을 벌자 결심한 순간, 안씨에게 시집살이 경험은 살림밑천이 되었다. 전통음식과 손님상 차리기로 단련된 솜씨가 돈이 짭짤한 사업으로 탈바꿈했다.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하며 가게를 열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다들 좋아할까, 돈을 주고 사먹긴 할까. 마음속에선 의심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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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에 쓸 떡을 만드는 모습.▶

한 명의 손님에게 판매를 개시한 날, 이런 의심은 싹 사라졌다. 솜씨와 정성은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쇄도했다. 성공하면서 주변에선 백화점에 입점해달라, 기계식으로 바꾸자는 요구가 많았다. 많은 돈을 약속하는 유혹에도 안씨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만의 세 가지 원칙을 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 정직한 음식을 만들자. 정직함이란 방부제, 유화제, 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천연재료만 사용하면 금방 상하지만 이 원칙은 절대 깨지 않는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 주는 물건인 만큼 정성껏 포장해야 한다. 폐백음식은 시댁에 남기는 첫인상이다. 정성스럽게 예를 갖춘 포장에 맛난 음식이 들어 있다면 점수는 '따 놓은 당상'인 셈. 예전에 양초공예작가로 활동해서인지 각 상품에 따른 용기를 안씨가 직접 주문, 제작한다. '솜씨와 정성'의 한지상자는 예뻐서 두고두고 애용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셋째, 각 상품마다 보관법이 적힌 종이를 첨부한다. 여기서 소비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물씬 느껴진다. 떡의 경우는 이렇다.

“구입당일에 드셔야 신선하고 쫄깃한 떡의 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보관했다 드시려면 바로 냉동하시는 게 좋습니다. 냉동한 떡은 전자레인지에서 잠깐 해동하거나 찜통에 쪄도 좋고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드시면 됩니다.”

맛, 포장, 정성스런 배려의 삼박자가 맞아 '솜씨와 정성'은 여느 떡집과는 다른 품격을 느끼게 한다.

이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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