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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라/ 서강대학교 교수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여성들이 차별받고 억압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으며, 여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자신들을 차별받고 있는 이등국민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싫다고 한다. 그리고 페미니스트는 불편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취업하지 못한 여자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의 부당함에 대하여 분개하고 있다.

이 젊은 여학생들에게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경제참여 등에 도움을 줄 수 없고, 개인적으로 불편하게만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20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동안 여성운동의 성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여성차별적 제도들이 개선되는 데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기여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왜 페미니스트는 여성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까? 정부의 여성정책은 한국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여성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는 없다. 그러나 이제 여성운동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각 분야에서 여성관련 업무를 하는 대부분의 관료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 동안 정부 내 의사결정과정에 여성 참여를 보여주는 수치로서 역할을 한, 정부 각종 위원회에 참여한 여성위원들 중에도 여성중심주의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마치 생물학적 여성이면 누구나 여성 문제에 대하여 알고 자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통계적 참여를 보여주는 위원회를 떠나 여성정책의 실무에는 남성들이 많다. 이 경우에는 행정업무 수행능력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조건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이들 남성 여성정책 실무자들은 주어진 업무로서 여성정책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임하고 있다. 즉 평소에 여성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여성의 지위향상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서도 하나의 '업무'로서 여성문제를 다루는 층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여성정책을 확대하는 추세 속에서 이러한 층이 정책의 실현에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할 때 어떠한 문제가 야기될 것인가?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을 전제하지 않은 여성관련 사업의 확대는 기존의 성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스럽기가 힘들다. 여성이라고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론에만 더 충실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가족관계에서 보면 가족 내 여성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없이 여자들이 집안일 혼자 하니까 힘들어 다른 가족들이 도와야 한다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럴 때 여성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측이 따뜻한 마음과 이해력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되며, '왜 여자라고 해서 집안일을 해야 되는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여성은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이제까지 주장한 바는 성편견이 없는 사회, 성억압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여성이 하고 있는 일의 어려움을 동정하여 도와주는 사람을 얻기 위한 운동은 아니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성차별 없는 성관련법을 제도화시킨 여성운동가나 페미니스트를 너무 따지는 사람으로, 사소한 일을 확대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여성운동이 이러한 비판을 극복하기 위하여 개별 여성문제에 대한 지원과 관련된 활동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여성의 참여에 의하여 바뀔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더 구체화시키는 노력을 경주할 때이다. 현재의 여성정책이 여성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 치중함으로써 남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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