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정치 입문 1년 만에 대선 출마
노동·소득·복지 분야 전문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윤희숙(51·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을 비판하는 ‘나는 임차인입니다’ 5분 연설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국회에선 첫 발을 뗀 초선 의원이지만 20년 가까이 노동·소득·복지 분야를 연구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의 경제통이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누구한테 신세 진 적이 없어 뒤를 봐줘야 하는 사람도 따로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자신의 소신대로 밀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처럼 빌딩을 빌려 캠프를 차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핸드폰이 캠프”라고 웃어 보였다. “의원실에서 회의하고 자문을 구할 일이 있으면 평소 알고 지내는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으면 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대 여성의 안전 문제와 직장 내 성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여성이 어떤 삶의 형태를 선택해도 달리 취급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20대 여성에 어필을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개심을 느끼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20대 여성이 느끼는 불안과 불공평함에 대해 당이 더 고민해야 한다. 20대 여성들을 만나보면 안전 문제와 함께 직장 내 성차별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제대로 된 롤 모델이 없다고도 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직 성평등 관련 공약은 없다. 여성이 어떤 삶의 형태를 선택해도 달리 취급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세상이 각박해 다들 자신의 괴로움이 크다 보니 다른 계층과 다른 성의 불안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20대 남성은 여전히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다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공부했는데 왜 여성만 할당을 주느냐고도 한다. 20대 여성들은 정말 불안하게 살고 있다. 퇴근길이 무섭고, 혼자 사는 경우에는 아버지의 신발을 집에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양쪽 이야기가 다 이해 가고 가슴 아프다. 서로가 상대방의 불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 아버지의 삶만큼 어머니의 삶도 존중받는 삶을 원한다. 그게 정말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KDI에서 16년간 일하며 부장까지 달았다.

“처음 KDI에 들어갔을 때 전체 연구원 중 여자는 저 하나였다. 첫 출근 날 선배 연구원이 여자박사들은 평판이 좋지 않으니 빨리 짐 쌀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불안했는데 그 남자 선배의 말은 ‘일찍 짐 싸라’는 압력이었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살아남는 것이라고. 내 다음에 올 여자들은 이런 말을 듣지 않게 하겠다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남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다 보니 스스로 남성화 돼 있다고 느낀다.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기에는 모자라 겁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내 뒤에 올 여성 후배들이 똑같은 일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

지금 20대의 경우, 채용에서 여성 할당은 필요 없다고 본다. 과거에는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암묵적 장벽이 있었다. 저도 그런 장벽을 겪으며 일했다. 윗단(임원)이 대부분 남성들이기 때문에 승진에 있어 양성에게 다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와 투명함이다. 직원 평가 결과에 대해 회사가 기준과 배경을 설명하고 의문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면 문제를 제기 한 직원도 수긍한다. 이런 과정이 시스템으로 받쳐 줘야 한다. 남녀 문제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명문화와 소통이 중요하다. 서로 존중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을 윗세대인 남성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관철될 때까지는 여성들이 소통 채널에 적극 가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중력을 가져야 한다. 목소리에 중력을 얻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인터뷰에서 결혼과 출산 얘기를 하며 “젊은 여성들이 겁내는 게 뭔지를 잘 경험했다”고 했는데.

“기자가 저한테 출산, 양육 경험이 없다고 하길래 ‘돌싱(돌아온 싱글)’이라고 답했더니 언론들이 ‘고백’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비난 댓글도 달리더라. 여러모로 제게는 도전이다. 결혼했던 20대 후반의 저는 철이 없고 불안한 젊은이었다. 결혼 하면 부모로부터 독립된 삶을 살고 새로운 둥지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았고 새롭게 맺게 되는 관계들, 내 커리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미숙했다. 그 과정에서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개인과 세대 간 차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지금 젊은 여성들은 어머니로부터 ‘엄마처럼 살지 말라’ ‘세상의 중심이 돼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어머니 세대는 한 맺힌 세대였다. 모든 딸이 엄마의 박탈감을 안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대 간 이질성이 커졌는데, 어머니 세대의 성별 차이가 지금 세대로 그대로 따라 내려왔다. 여성들의 머릿속에 엄마 세대의 박탈감이 그대로 있으면서 시어머니와는 세대 간 차이를 겪는다. 사회가 빠르게 발전해서 생긴 복합적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직접 쓴 『정책의 배신』에서 배신의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을 꼽았는데.

“겉으로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올려준다는 명분 아래 최저임금을 빨리 인상해 수많은 알바 자리가 사라졌다. 2년 동안 30% 오른 것을 자영업자들은 소화할 수 없다. 최저임금을 이렇게 폭력적인 수단으로 쓰는 나라는 없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결과였지만 집행했다는 것은 실제 결과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는 것이다. 정권을 바꾸는데 기여한 노조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 것이다. 모든 정권이 선거 과정에서 많은 신세를 진다. 선거는 빚이다. 그러나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자리에 가면 재정산을 해서 도저히 안 된다 싶으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조정해야 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장을 들여다보지 않고 국민 편가르기를 하면서 이념적으로 접근했다. 이제 품격 있는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정치다.”

-국민의힘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린 사건에 대한 성찰이 먼저 아닌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조선일보에 칼럼을 게재해 친박에게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전 정부보다 잘못했느냐? 그렇지 않다. 다만 시대 흐름을 전혀 읽지 못했다. 국민이 원하는 민주주의 높이는 높아졌는데 박 전 대통령은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지도자 전횡이나 국민의 눈높이와 다를 때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다음 정권이 해야 할 일은 시스템 개혁이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는 시스템 개혁을 하지 못했다. 수십 년 전 정부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퇴행이다. 울산시장 선거가 대표적 예다. 1960년대 부정선거로 인해 내무부 장관이 사형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초원 복집 사건도 있었다. 이후 선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울산시장 사건에서 청와대 비서관 급 20명이 기소된 일은 다시 초원복집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시스템 개혁을 잘 할 수 있을까.

“좀 나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정권을 잡은 586의 정서는 유아독존, 내로남불이다. 자신의 삶이 높은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면 그것만 욕하면 된다. 4년간 본인들이 지키지 못한 것을 남에게 강요한다. 이전 보수 정권은 엄청난 도덕군자인 척 하지도 않았고 잘못을 하면 부끄러워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야권 대권주자가 12명에 이른다. 윤희숙만의 경쟁력은. 

“윤석열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갑자기 정치를 시작하느라 주위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에 당선된다면 신세를 갚아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는 신세 갚을 일이 없다. 정치 입문 때도 주변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들어온 것이다. 설득해 준 분들께 고마운 마음은 전하지만 그 마음을 갚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홍수형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경제학자 출신 초선 국회의원.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정신여중, 영동여고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16년간 근무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서울 서초구 갑 대한민국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20년 7월 국회 자유발언 시간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을 비판하는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대중의 뇌리에 그의 이름이 각인됐다. 그 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서 12시간47분 동안 발언 해 헌정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 52시간제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잇는 것’이라고 적어 논란이 됐다. 

국회 입성 전부터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연구원으로 알려진 그는 독서 마니아다. 일주일에 하루는 서점을 찾아 한나절 정도 책 구경을 하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 그는 “독서란, 지겨운 사람과 의무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찜찜하게 돌아서곤 하면서도, 전혀 예기치 못하게 짜릿한 행복을 만날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소개팅 같다”고 했다. ‘인생책’으로는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을 꼽았다(2019년 KDI 국제정책대학원 홈페이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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