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덤벼라 나이불문 계급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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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습니다>▶

사랑이 당신에게 다시 찾아오리라 생각하나요? 올 겨울에는 유난히 사랑에 대한 연극들이 여러 편 무대에 올랐다. 특히 다시는 사랑에 빠지는 일이 없을 것만 같던 노파, 사랑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될 것만 같은 양아치의 사랑이 무대를 불태우고 있다. 이제는 사랑을 믿지 않는 당신이라도 눈물 흘릴 슬픈 사랑들이다.

손숙의 키스에 아줌마들 “어머! 어머!”

극단 산울림(공동대표 오증자)은 손숙 주연의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연출 임영웅)을 다시 공연중이다. 지난해 4월에 이은 앵콜 공연이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베스트셀러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속편인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을 아울러 전옥란이 각색했다.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을 막상 무대 위에서 보면 느낌이 전혀 다르다. 소설과 영화에서 이 이야기는 남들-타자-서양인들에게나 가능한 노년의 낭만적인 사랑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로맨스. 그러던 이 사랑이 검은 머리, 노란 얼굴의 배우들을 통해 눈앞에 직접 펼쳐지면서 놀랄 정도의 현실감과 설득력을 갖는다. 산울림의 무대 위에서, 추한 것으로까지 폄하되곤 하는 중년의, 그것도 유부녀와 이혼남의 '연애'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랑'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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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의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주로 4~50대 주부들로 구성된 관객들은 짐짓 엄숙하게 인물들을 내려다보다가 인물들이 키스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어느새 “어머, 어머” 하면서 빠져든다.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지만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함께 떠나지 못하는 여주인공. 그런데 가슴을 치는 것은 그녀가 남편을 걱정하는 긴 대사가 아니라 “아이들도 절 미워할 거예요”라는 짧은 말이다. 그녀는 어느새 내 친구, 우리 엄마, 바로 나 자신이 되어 있다.

사랑에 빠진 아줌마를 연기하는 60대 배우 손숙은 사랑으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맞는 여인을 더할 나위 없이 예쁘게 보여준다. 이 아름다움은 사랑이 찾아오기 전과 사랑을 잃고 우는 순간의 수수함 때문에 더욱 빛난다. 한명구가 보여주는 이혼남 사진작가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바람둥이 캐릭터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사랑에 임하는 중년남자의 모습이라 신선하다.

다만 부엌을 오가는 동선이 산만하고 대사는 번역투와 문어체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가 사건이 자꾸만 보이지 않는 무대 밖에서 일어나므로 초반부는 상당히 지루한 편이다. 2월 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02-334-5915).

21세기 서울 연극무대에 오른 홍콩 느와르

젊은 극단 화살표(대표 형영선)의 <보고 싶습니다>(작 이선희·정회혁, 연출 정회혁)도 슬픈 사랑 이야기의 정수를 맛보게 해준다. '앞 못 보는 구멍가게 여주인, 삼류 건달, 그들의 사랑… 통속적인 이야기'라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이 작품은 정말 통속적이다. 이 통속성은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주름잡던 홍콩 느와르, 그 중에서도 <천장지구>나 <열혈남아> 류의 멜로성 홍콩 느와르와 몇 년 전 <조폭 마누라>로부터 시작해 아직까지도 여운을 남기고 있는 조폭 코미디에서 왔다. 인물들은 배신하고 패고 찌르고 죽이고 죽는다. 그러면서도 양아치들은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 통속성에 진실이 담겨있다.

인물들은 밑바닥(가난, 장애, 질병, 도주에다가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문화적 열패감까지)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그렇지만 이 노력들은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그것이 주는 무력감과 허무함이 소리와 움직임의 강렬한 이미지와 결합하고 있다.

<보고 싶습니다>는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젊은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평일에도 객석이 만원이다. 인물들의 소망과 관객들의 마음이 행복하게 만나는 중이다. 극단 화살표는 대학로의 젊은 연극인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극단으로 인터넷 카페 회원수가 2000명을 넘는다. 연출이나 연기에 아직 풋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25일까지 대학로 열린극장(02-912-9169).

깜찍한 할머니의 유쾌한 사랑

이 밖에도 박정자가 열연하는 <19 그리고 80>도 눈길을 끈다. 젊은 총각과 늙은 노파의 궁상맞은 연애사가 아니라 깜찍한 할머니와 방황하는 소년의 즐겁고 유쾌한 사랑 이야기다.

콜린 히긴스의 소설 <해롤드와 모드>를 각색해 한태숙 연출로 공연한다. 영화 <수취인 불명>과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 출연했던 김영민과 중견 연기자 박웅도 출연한다. 2월 29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02-765-5476).

노벨문학상 수상자 다리오 포와 그의 부인 프랑크 라메가 함께 쓴 <오픈 커플>도 다시 무대에 오른다. 사랑과 성, 결혼에 대해 재고하게 하는 이 유쾌한 희극은 날카로운 풍자도 잊지 않고 있다. 서상규 연출. 2월 22일까지 소극장 축제(02-741-3934).

최예정 기자shoo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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