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추 후보는 자신의 인생곡으로 걸스데이의 '여자대통령'을 꼽았다. ⓒ뉴시스·여성신문
추미애 예비후보가 지난 8일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추 후보는 자신의 인생곡으로 걸스데이의 '여자대통령'을 꼽았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에 나와서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탄핵 이후 이 노래를 부르기 부끄럽게 되었다고 하면서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 젊은 여성들이 이 노래를 다시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은 ‘이제 우리나라에도 여자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여성이 먼저 키스해도 괜찮다’는 내용의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남자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남자가 먼저 키스해도 된다는 노래는 없지만 그 반대는 있다는 사실은 정치계의 유리천장을 보여준다. 

아직도 이 유리천장은 건재하다. 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8명 중 여성은 단 한 명이었을까? 왜 국민의힘 대변인 토론배틀 참가자 564명 중 여성은 63명(약 11%) 뿐이었을까? 왜 여성들이 적게 지원했을까? 왜 정치는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질까?  여성들은 왜 앞에 나서는 일을 좋아하지 않을까? 사회의 편견이나 차별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을까? 만약 그런 여지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전에 차별을 예방해야 할까, 아니면 사후에 차별을 시정해야 할까? 

우리는 권력과 명예를 가진 여성 한 명이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 싸워야 했을 수많은 성차별과 편견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올라간 여성들을 보면 비슷한 지위의 남성들보다 더 경외심과 애틋한 감정이 든다. 그러면서도 성차별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자신의 영역에서 성평등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며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고 후세대 육성을 위해 힘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기대가 큰 만큼 그 여성이 완벽하길 바라는 마음도 생기고 비판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정치의 영역은 더욱 그렇다. 정치인은 일거수일투족을 공적 영역에서 감시받고 평가받기 때문에,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후보급 여성 정치인에게 거는 희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자 대통령’이라는 이름표 때문에 얼마나 모순적인 요구를 받고 공격에 쉽게 노출될지, 그리고 미약한 여성 대표성 속에서 그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의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울지 알면서도 그 무게를 꿋꿋이 들고 있어주길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든다. 게다가 이제 여성들이 바라는 여성 정치인은 단순히 여성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아마 추미애 예비후보는 ‘나는 여자대통령 중에서도 좋은 여자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리라. 동의한다. ‘여자대통령’과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같지 않다. ‘준비된 여성대통령(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슬로건)’과 ‘페미니스트 대통령(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언)’을 모두 겪었으니 이제는 여성-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차례가 되어야 한다. 과연 이 시대적 과제를 받아들이면서 그 무게를 감당할 대통령 후보가 나타날 수 있을까? 그런 후보에게 전폭적 지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이전 선거보다 많은 여성-페미니스트 후보가 출마했으면 한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서울시당 창당준비위원장.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