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유일한 여성 대선 주자들
출마선언문서 추미애 ‘공정’, 윤희숙 ‘경제’ 중점
극과 극인 지향점…‘윤석열 깨기’ vs ‘경제·미래 정책’
“코로나19 속 고통 받는 여성·청년들의
삶 직접 듣고 정책적 대안 내놔야”

대선 주자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대선 주자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에서 여성 주자들이 한 명씩 출마 선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서는 윤희숙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에게 여성과 청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마선언문은 대선주자가 가장 핵심으로 내세우는 가치를 담고 있다. 추 전 장관은 ‘공정’을, 윤 의원은 ‘경제’를 중점으로 내세웠다.

출마선언문서 추미애 ‘공정’, 윤희숙 ‘경제’ 중점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 잇탈리 스튜디오에서 출마선언식을 열고 “가장 먼저 구조화된 불공정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토지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과 이를 독점하는 소수의 특권은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리겠다”며 “지대개혁을 통해 특권을 해체해 극심한 양극화에 대한 근원적 처방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8일 민주당에서 대선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책언팩쇼’에서 “연간 약 400조원이나 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공정과세로 공공복지와 공공임대주택, 청년 일자리에 쓰겠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좋은 일자리가 넘치는 하이텍 제조업 강국, 삶이 즐겁고 편리한 서비스업 선진국, 역동과 도약이 있는 스타트업 천국, 전세계가 동경하는 문화콘텐츠의 나라, 그 안에서 모두가 맘껏 뛰는 희망찬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와 희망을 만드는 길은 단연코 ‘투자하고 싶고 혁신하기 좋은 경제’를 만드는 것뿐”이라며 “‘경쟁국엔 없는데 우리만 있는 규제는 모두 없앤다, 한국경제의 꽉 막힌 혈맥을 뚫는다’는 마음으로 전심전력을 다해 쇄신해야 산다”고 했다.

5선·검찰개혁 ‘추미애’와 초선·경제전문가 ‘윤희숙’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들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판사 출신인 추 전 장관은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여성 최초 지역구 5선 국회의원인 그는 2016~2018년 민주당 당대표, 2020년 문재인 정부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윤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초선’ 정치인이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거친 경제통이다.

초선과 5선이라는 정치 경력은 차이가 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할 말은 하는 메시지 전달 방식이다. 추 전 장관은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다. 당시 그는 검찰개혁 임무는 완수하지 못했지만, 현재 야권의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두고 국회에서 한 5분 자유발언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말해 국민적 공감대를 샀다. 이는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및 신고제 도입’이 핵심인 민주당의 임대차 3법(주택임대차보호법·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극과 극인 지향점…

‘윤석열 깨기’ 추미애 vs ‘경제·미래 정책’ 윤희숙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두 후보는 지향점에 있어서 극과 극이라는 분석이 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깨기’에 집중돼 있고 윤 의원은 ‘경제와 미래세대’에 대한 정책에 강하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들의 가장 큰 차이는 대권후보가 지향하는 가치에 있다”며 “윤 의원은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점에서 명쾌하다. 더 나아가 미래세대에 대한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표출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에 대해서는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저격뿐이다. 검찰개혁을 본인이 시정하겠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현 정부에 대한 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강성 지지층만을 향해서 각오를 드러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추 전 장관은 ‘윤석열 깨기’라는 뚜렷한 특징으로 예선이나 특정 지지층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에 대해서는 유 평론가는 “보수정치 속에서, 경제 전문가라는 배경 속에서 상당히 정책에 강한 인물”이라며 “국민의힘 안에서 이준석 돌풍과 같은 새로운 바람이 분다면 윤 의원 같은 경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속 고통 받는 여성·청년들의 삶 직접 듣고 정책적 대안 내놔야”

이들에게 바라는 점으로 여성과 청년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직접 듣고 함께 정책을 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김은주 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제대로 읽고 공감하고 그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시대에 고통 받는 여러 그룹이 있지만 무엇보다 청년세대와 여성들이 당면한 문제들에 주목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왜 이들이 아파하고 분노하는지 그들을 실제로 만나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또 혼자가 아니라 함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도 “정치는 현실이다. 현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남녀의 삶, 20대 여성의 삶을 얼마나 알고 관심 있어 하는지를 고스란히 정치에 옮겨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수치로 드러나 있는 차별과 불평등을 주의 깊게 보고 그에 맞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캠프에 여성들이 많이 들어가서 후보들이 여성 이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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