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고메· 레시피· 아카이브

ⓒ한식진흥원

‘2021 코리아 고메위크’. 농림축산식품부가 한식진흥원과 함께 마련한 행사다. 전국 5개 도시 130여개 한식당에서 대표 메뉴를 30% 할인가격에 판매한다는 게 골자다. 기간은 서울·부산의 경우 7월 1∼14일이었고, 대구·광주·대전은 8~21일이다.

농립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한식업계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일이다. 참여 식당엔 고객에게 할인해준 금액 일부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국산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한다고 한다. 외국인 대상이 아니고 내국인에게 ‘한식당을 애용해달라’며 개최한 것이라는 얘기다.

고메의 원어는 ‘Gourmet’다. 포도주의 맛이나 품질을 감정하는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됐다는데 보통은 미식가, 식도락가라는 뜻으로 쓰인다. 프랑스어와 영어 발음 모두 고메와는 차이가 나는데 국내의 대표적 식품기업에서 자사 브랜드에 고메라고 붙이면서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코리아 고메위크’ 대신 ‘한국 식도락주간’이라고 했으면 최소한 무슨 행사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한식당 돕기 및 활성화라는 원래 의도를 살려 ‘전국 대표식당에서 즐기는 한식의 멋과 맛 (향연)’ 혹은 ‘코로나19 극복 한식 할인대잔치’라고 했으면 소비자들에게 더욱 선명하게 와 닿았을 게 틀림없다.

행사를 주관한 한식진흥원은 2010년 3월 10일 한식재단으로 설립됐다가 2017년 말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바뀌었다. 누리집에 따르면 ‘한식 및 한식산업의 진흥과 관련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의 한식 정책을 총괄집행하는 국내 유일의 한식 전문 공공기관’이다. 업무의 대상은 물론 누리집을 찾는 이들 또한 대부분 한식 관련 종사자들일 게 틀림없다.

그런데 이곳 누리집 목록을 보면 ‘한식레시피’, ‘한식아카이브’라고 돼 있다. 레시피는 조리법, 아카이브는 자료관 내지 자료곳간으로 풀이되니 ‘한식조리법’, ‘한식자료관(곳간)’이라고 써놨으면 좋았을 것이다.

언어는 의식의 산물이자 습관이다. 자주 쓰면 입에 붙고, 입에 붙으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워진다. 물밀 듯 쏟아지는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되도록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하는 이유다. 민간기업이야 뭔가 색다르게 보이고 싶어 외국어를 사용한다 쳐도 공공기관에선 한국인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쓰기 위해 애써야 마땅하다.

엄연히 나랏말이 있는데 굳이 프랑스발 영어를 쓰면서 알파벳 철자도 곁들이지 않아 뜻을 찾아 헤매게 하거나 누리집 목록까지 영어로 만드는 건 무슨 심사인지 알기 어렵다. 아카이브보다 자료곳간이 한결 정겨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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