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 필기도구 안 가져오면 인사평가 -1점
‘드레스코드’ 아닌 작업복으로 참석해도 -1점
‘관악학생생활관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시오’ 등
청소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도 치르게 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기숙사에 대형 100L 쓰레기봉투
매일 6~7개씩 직접 날라야만 했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동료 노동자들과 유족은 서울대 측의 직장 갑질과 고된 노동 강도에 시달린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 지부·유족은 7일 정오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인 이 모 청소노동자가 숨진 사건은 관리자들의 직장 내 갑질과 고된 노동 강도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필기구 안 가져오면 -1점
작업복으로 참석해도 -1점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 안전관리팀장 B씨는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매주 수요일 회의를 진행했다. 청소노동자들이 회의에 볼펜과 메모지를 지참하지 않으면 인사평가에서 1점을 감점한다고 했다. B씨는 ‘남성은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 여성은 최대한 멋진 모습’이라는 회의 드레스코드도 지시했다. 회의 참여 시 작업 복장으로 온 인원에게는 점수 1점을 감점한다고 했다.
‘관악학생생활관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시오’ 등
청소 업무와 무관한 시험 치르게 해
나아가 B씨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청소 작업과 무관한 내용의 필기시험을 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에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시오”, “기숙사 919동의 준공연도는?”, “우리 조직이 처음 개관한 연도는?” 등 청소 업무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내용이 출제됐다. B씨는 시험을 본 후 차기 회의 시 채점을 해 나눠 주고, 누가 몇 점 맞았다고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노동자 C씨는 “예고 없이 갑자기 시험을 봤는데, 동료들 앞에서 점수가 공개돼 창피를 당했다. 울음이 나왔다. 갑작스럽게 당혹스럽고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B씨가 새로 부임한 뒤 시작된 제초작업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평일 근무를 1일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5시간을 활용해 주말근무를 하고 거기서 남은 인건비로 제초 작업을 외주 준다고 발언을 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A씨가 “임금 문제는 노조와 합의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저한테 그런 식으로 임금을 깎는다는 말은 협박으로 들린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없는 기숙사에 대형 100L 쓰레기봉투
매일 6~7개씩 직접 날라야만 했다
A씨의 고된 업무 강도도 사망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 측은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 서울대 측으로부터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A씨가 근무했던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아 여학생 기숙사 중 일이 가장 많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쓰레기양이 증가해 A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대형 100L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직접 날라야 했다”며 “병 같은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가고 깨질 염려가 있어 항상 손이 저릴 정도의 노동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A씨는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 이후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관련 내용이 담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