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달력에서 머그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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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재롱둥이'로 유명한 원숭이해다. 해가 바뀔 때마다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은 부각되기 마련이다. 지난해는 양으로 만든 핸드폰 액세서리, 머그 컵, 쿠션이 인기였다. 올해는 원숭이의 해다. 그러나 '당연히 여러 곳에 보이겠지'하는 기대와는 달리, 원숭이가 들어간 상품은 다채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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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찹'의 이태영 캐찹짱이 원숭이 해를 맞아 48가지 캐릭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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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건만 2004년을 대표하는 원숭이는 박대를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월간잡지 <캐릭터>의 라은미 편집장은 우리나라에 원숭이 캐릭터가 드문 이유에 대해 “국내에 원숭이가 나온 유명한 만화나 동화가 없어서”라고 설명한다. 사실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를 빼고는 원숭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리 만화나 옛날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손오공도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 다른 이미지로 바꾸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원숭이 캐릭터는 팬시업계에서 볼 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또 누구나 원숭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애완동물로 항상 곁에서 보는 동물이 캐릭터로도 친근감이 든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원숭이는 예부터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다.

팬시제품 회사 별로 베스트셀러 캐릭터를 보면 이 현상은 확연하다. 모닝글로리는 '블루베어'로 곰을, 바른손은 '하루'로 강아지를, 아트박스는 '쿠키'로 먹는 쿠키를 캐릭터로 만들어 성공했다. 모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최근 원숭이를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 회사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온라인 회사'캐찹'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태영 캐찹짱(캐릭터 디자이너)은 원숭이해를 맞아 48가지 원숭이 캐릭터를 개발했다. 지난 11월 초, 온라인상으로 팔기 시작한 2004년 원숭이 캘린더가 호응이 좋아 머그 컵과 티셔츠로 상품화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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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몽이찹'이란 캐릭터는 단순하면서도 귀여워, 온라인에서 10대 여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구매이유는 자신이 원숭이띠인 경우 기념으로, 원숭이띠 친구가 있는 경우는 선물용이다. 그 상품성을 인정받아 12월 중순부터 바른손 매장에 입점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출시한 지 한 달 남짓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원숭이해를 기념해 우정사업본부는 눈의 입자와 원숭이 재롱을 담은 새해 연하우표를 지난 12월1일 출시했다. 대한결핵협회도 이번 크리스마스 씰을 원숭이를 포함한 십이지신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원숭이에 대한 대접이 사뭇 다르다. 2년 전부터 압구정동 수입매장과 동대문 시장을 중심으로 젊은 학생들에게 퍼져 나갔던 'APE 마일로'란 고릴라에 가깝게 생긴 원숭이가 일본의 대표적인 원숭이 캐릭터다.

이태영 캐찹짱은 “일본에 출장을 갔는데 원숭이해라고 원숭이 캐릭터 용품이 가득했다. 우리나라는 1년밖에 못쓰는 캐릭터라고 투자하지 않는데, 신선했다”고 문화적 차이를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은 유명 관광지 '닛코'에서 보고, 듣고, 말하지 않는 세 마리의 원숭이가 관광 상품으로 유명하다. 그런 기반이 있어서인지 일본은 원숭이 캐릭터가 그나마 많은 편.

미국도 원숭이로 유명한 캐릭터가 있다. '줄리우스'란 입술이 새빨간 원숭이다. 줄리우스가 들어간 가방, 잠옷, 속옷은 10대 여학생이라면 한번씩 입을 만큼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 공연 전시 분야에서도 원숭이가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2월9일까지 '잔나비 띠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 전시는 우리 전통문화 속에 녹아 있는 원숭이를 총망라했다. 연극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도 지난12월 4일부터 1월 14일까지 공연한다. 곧 우정국과 '캐찹'의 시도로 우리나라에도 원숭이 캐릭터 히트상품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연주 기자lee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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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담으로 본 원숭이

^·견원지간

개와 원숭이 사이처럼 몹시 좋지 않음을 뜻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아무리 능숙한 사람도 실수할 때가 있다

^·원숭이도 낯짝이 있다

사람이라면 체면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원숭이 똥구멍같이 말갛다

취할 게 하나도 없거나 보잘것없음을 이르는 말

^·원숭이 잔치다

먹을 것도 없이 부산스럽기만 하다.

^·원숭이 낯짝 같다

술을 많이 먹어 얼굴이 붉어진 사람을 보고 하는 말

^·갓 쓴 원숭이

원숭이가 갓을 쓰고 사람인 체 하는 말로써 사람구실을 못하는 사람을 조롱할 때 쓰는 말.

^·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생각을 집중할 수 없다는 뜻.

^·원숭이 이 잡아먹듯

원숭이가 늘 이를 잡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잡는것이 아닌것 처럼 샅샅이 뒤지는 모양 또는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정작 아무 것도 안함.

^·원숭이 흉내내듯 한다

생각 없이 남 하는 대로 덩달아 따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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