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한들 무엇 하나.

궂은 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마포종점’(박춘석 작곡, 정두수 작사, 은방울자매 노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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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시대의 산물이다. 대중가요는 더더욱 그렇다. ‘마포종점’이 발표된 1968년 여의도는 섬이었다. 공군 비행기만 뜨고 내리던. 마포대교가 생기기 전까지 마포는 쓸쓸하고 적막한 종점이었다. 마포에서 서대문, 종로를 거쳐 청량리까지 왕복하던 전차는 늦은 밤 마포에 멈춰 섰다.

1968년 버스에 밀린 전차가 운행을 멈추고, 70년 마포대교가 개통되고, 71년 여의도비행장이 사라지면서 마포는 더 이상 종점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반 세기가 지난 지금 마포는 이른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으로 불리는 서울 강북의 뜨거운 장소 중 한 곳이 됐다.

전차는 사라지고, 당인리발전소는 지하화되면서 널찍하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거듭났다. 1960년대말 변두리 서민들의 서러운 마음을 노래한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은 마포대교 북단 왼쪽의 작은 공원에 노래비로 남았다.

서울에 전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8년 12월. 같은 해 2월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트윅이 고종 황제로부터 한성시내 전기사업경영권을 얻어 공사를 시작했다. 12월 25일 서대문에서 청량리까지 1단계 구간을 완공한 뒤 1899년 5월 17일 개통식을 갖고 정식 출발했으니까 태어난 지 70년 만에 명을 다한 셈이다.

1968년 전차표 한 장의 값은 2원50전. 버스는 3원이었다. 움직일 때면 땡땡 소리를 내고 앞뒤 구분이 없어 앞차의 뒷문과 뒷차의 앞문을 혼동하기도 했던 전차. 서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사랑 받던 전차는 이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다.

마포종점의 자취일까. 서울가든호텔 뒤쪽에서 마포대교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나오는 어린이공원 한쪽에 전차 한 대가 서 있다. ‘마포-청량리’라는 구간 표시가 선명한. 가까이 가보면 전차 모양의 공중화장실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깔끔한 화장실도 반갑지만 추억의 전차는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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