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따라 구분법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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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한 지 6년째가 되는 경기도 양평의 농부 공금석씨. 비록 손마디는 굵고 거칠어졌지만 기자에게 유기농의 장점을 설파하는 그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겨우내내 하우스 12동에 걸쳐 재배하고 있는 브로컬리 덕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농부 공금석씨가 부인 박숙자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민원기 기자>

주부 A씨는 요즘 반찬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조류 독감에 광우병 파동까지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야채도 친구 말로는 농약 덩어리라는데.

이렇듯 먹거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유기농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비가 침체되었어도 유기농 시장은 불황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유기농 시장에 뛰어든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풀무원과 삼양사다. 유기농 시장의 규모는 2002년 말 기준으로 생산량 59만4천톤, 전체 농산물의 3%다. 하지만 이 3퍼센트도 순수 유기농은 아니다. 100퍼센트 순수유기농산물을 사려면 지식이 있어야 한다.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유기농이라고 해도 다 유기농이 아니란 사실이다. 농약을 기존의 2분의 1만 써도 '저농약 농산물'이라 해서 유기농으로 취급한다. 친환경농산물 코너에 있어도 농약을 사용한 물건이 있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친환경농산물 인증표시 분류는 박스 기사 참조).

이 친환경농산물 인증마크는 2001년 7월1일부터 시행되었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인증을 받아야만 포장에 천연, 자연, 무공해, 저공해, 유기농, 내추럴을 표시할 수 있다. 만약 검사를 받지 않고 유기농이란 말을 붙이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

- 대표적인 유기농 쌀은'오리쌀''메뚜기쌀''우렁이쌀'이다. 두 가지 모두 제초제와 비료 대신 오리, 메뚜기, 우렁이를 논에 풀어놓아 기른 것. 가까운 슈퍼보다는 큰 할인매장이나 백화점에서 찾아야 한다. 못 찾았다면 한겨레 초록마을(www.hanifood.co.kr, 080-023-0023)에 전화로 주문해 봄직하다. 가격에 상관없이 배달해준다. 단 주의할 사항 하나.'오리쌀'이라고 해도 반드시 유기농산물 인증마크를 확인해야 한다. 똑같은 포장에 무농약농산물 마크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

잡곡 - 보리, 콩, 조 같은 잡곡을 섞어 먹는 집이라면 유기농산물은 당분간 단념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잡곡은 '무농약농산물'인증마크가 최고수준이다. 한겨레 초록마을 대치동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잡곡은 국내산을 가져다 놓는 것도 기적”이라며 유기농산물을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일 - 과일은 계절에 따라 유기농산물의 편차가 심하다. 제철일 경우는 그나마 유기농산물 수확이 가능하다. 그러나 하우스재배를 하게 되면 비료를 안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겨울인 지금, 유기농 과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셈.

친환경식품점 '올가'의 과일코너 점원은 “겨울엔 토마토 빼고는 100퍼센트 유기농산물은 구하기 힘들어요.”라며 여름엔 복숭아, 포도, 사과가 유기농산물로 공급된다고 하며 설명했다. 만약 유기농산물 과일을 먹기로 결심했다면 겉이 말끔한 과일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농약을 치지 않으면 단맛이 강한 과일은 벌레와 새들의 표적이기 때문이다.

버섯 - 아직 유기농 재배가 드물다. 새송이버섯 정도 '저농약농산물'을 생산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야채 - 쌈야채 코너는 유기농산물의 천국이다. 그러나 친환경농산물 코너에 있다고 해서 선뜻 집어들어서는 안 된다. 가게마다 같은 야채라 할지라도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이 혼재되어 있다. 인증마크의 색깔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육류 - 아직 유기축산물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유기농은 유기농산물과 유기축산물로 나뉜다. 유기축산물은 닭, 돼지, 소가 유기농산물만을 먹고 자란 경우다. 유기농산물만 먹고 자란 소는 광우병에 걸릴 염려가 없다는 면에서 주목되는 분야다. 하지만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직 시도단계이고 인증받은 축산물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행 3년째인 지금도 친환경농산물 표시인증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조직인'한살림'의 조완형 상무이사는 “여태까지 유기농재배를 하는 시골 마을과 직접 거래한 것을 새삼스레 법적 관리영역에 들어가야 하느냐”며 실효성문제를 지적했다. 동시에 “표시인증 마크 하나로 소비자의 불신이 해소될 수 있겠나”라며 식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언급했다.

신뢰도 문제에서는 소비자들도 공감한다. 신세대 주부 최연희씨(31)는 “상추나 깻잎에 유기농산물이라고 붙어있지만 전 안 믿어요.”라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유기농산물은 건강에 좋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정식으로 식품영양학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는 실정이다.

이연주 기자lee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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