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도 공군 성추행 사건… A대위 호소문 “‘성적 노리개’가 군인 본분 아니다”
2년 전에도 공군 성추행 사건… A대위 호소문 “‘성적 노리개’가 군인 본분 아니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7.05 09:58
  • 수정 2021-07-05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 공군 대위 성추행 사건
2년 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최근 ‘성폭력 특별신고기간’ 재접수
국방부, ‘대위 성추행 방조 무혐의’
윗선 개입 의혹 등 직접 재수사
서울 국방부 청사 별관 ⓒ뉴시스
2년 전 부하 여군의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공군 대령에게 당시 징계와 형사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이 재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국방부 청사 별관. ⓒ뉴시스

2년 전 부하 여군의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공군 대령에게 당시 징계와 형사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이 직접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국방부는 "감사관실은 성범죄 특별신고 기간에 접수된 해당 사건에 대해 6월14일부터 감사를 실시한 결과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전날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공군 여군 대위 성추행 사건’ 피해 당사자인 A대위는 사건 정황과 자신의 입장을 담은 ‘호소문’을 담은 문건을 국회에 보냈다. A대위는 호소문에서 “성적 노리개로 전락되고, 술자리에 불려 나가는 업소 직원 취급당하는 것이 공군 대위로서 감당해야 할 군인의 본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제2, 제3의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외롭고 괴롭고 쓸쓸하게 눈물 훔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이 간절한 호소에 시스템으로 답 해달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A대위는 2019년 9월 출장 후 부대 복귀 과정에서 직속상관인 B대령의 강요에 의해 술자리에 동석했다가 B대령의 민간인 지인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며 B대령을 '강요', '성추행 방조' 등으로 신고했다.  

당시 사건 조사를 벌인 공군본부 군사경찰·감찰·법무실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B대령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민간 검찰에서 수사 받은 B대령 지인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나 국방부 감사관실은 최근 성추행 피해 공군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하면서 해당 사건이 재접수되자 2년 만에 감사를 벌여왔다. 특히 당시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공군 법무실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군 성추행 사건 피해 당사자 A대위 호소문 전문 

[호소문]

민의의 전당에서 국민의 의사를 대리하고 숙의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먹고사는 문제 해결 및 국가 미래비전 제시를 위해 불철주야 수고와 열심을 아끼지 않으시는 존경하는 국회의원님과 보좌진 직원 여러분! 국방위원회에서 수고와 열심을 담아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주신 덕에 우리 군이 본연의 임무 완수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에 먼저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본 자료 서두에 등장하는 피해 여군 A대위입니다.

작년 창군 70주년을 맞은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군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관련 행사 준비를 위해 저는 대외협력 담당 임무로 차출되어 성황리에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대가와 보상을 위해 헌신한 것은 아니지만, 위국헌신이라는 말처럼 국가를 위한 헌신에 수고와 열심을 담아 열정을 쏟아내어 임무를 완수한 결과는 응당 온당하고 정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부터 아니 어쩌면 시작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9월 24일 공군본부 계룡대에서 서울 청량리까지, 서울 청량리에서 경기도 OOO 위치한 곳까지, 다시 OOO에서 청량리, 그리고 용산에서 계룡대까지. 당일 출장 일정을 마무리하고 결과 보고 및 원활한 행사 준비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 했던 저는 동기들과 친구들은 물론 가족 친지들에게까지 차마 말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되려 군이라는 폐쇄된 조직에서 홀로 외롭고 괴롭고 쓸쓸하게 눈물을 닦아내며 살 수밖에 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작년 9월 24일 당일 저는, 공군 대령이라는 계급을 달고 OOO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는 공군사관학교 OO 출신인 분의 위계에 의해 출장이라는 본연의 임무가 담긴 일정을 마무리하고 기존에 예약된 정상적인 원대 복귀 열차 스케줄을 저는 소화할 수 없었습니다.

OOO대령의 20년 지기 지인이자 △△라는 민간인과 강제 대동해서 원치 않는 술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저는 일과시간이 한참 지난 새벽 늦은 시간까지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추행과 희롱 속에 제 영혼까지 박살나는 듯한 수치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떠올리기도 싫은 당시 기억을 회상해 앞선 자료에 당시 정황을 작성하는 가운데 이렇게 성적 노리개로 전락되는 것이, 술자리에 불려 나가는 업소 직원 취급당하는 것이 공군 대위로서 감당해야 할 위국헌신이라는 군인의 본분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원님, 그리고 보좌직원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또 이러한 일을 겪은 다음 날 부서원들이 상태가 좋지 않은 제게 물어봐서 답을 했고, 또 헌병, 감찰, 법무 조사가 들어와 당시 정황을 묻는 물음에 답을 했다는 이유로 열과 성을 다해 부여된 직책과 직무를 성실히 감당함과 동시, 성황리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임무를 완수한 제가 받은 근무평정이라는 결과는 최하위였습니다.

행정부의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이신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시겠다. 모든 국민이 안전으로 눈물 흘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시겠다 공언하시고 확인하신 말씀을 저는 언론을 통해 보고 들어 지금도 기억합니다.

이해도 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싫지만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서 대위 계급에 걸맞는 직책과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임무완수를 위해 도전하고 헌신하며 전문성을 기로고 팀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제가 성추행에도 응해야 하고, “성인이니 알아서 잘 판단하라”고 말했던 O대령의 그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마치 제가 매춘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이것이 진정한 위국헌신 군인 본분의 사전적 의미에 걸맞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5천만 국민과 제가 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또 교육기관에서는 잘못 가르친 것이 되겠지요.

존경하는 국회의원님과 보좌직원 여러분! 그리고 행정부의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이신 문재인 대통령님 이하 국무위원 여러분!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 다양한 기회가 공정하게 보장되는 사회, 사는 게 더럽고 아니꼬워서 눈물짓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좀 없는 사회를 만드시겠다는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여군들이 적잖게 많습니다.

상대적 약자가 단기 장교, 초·중급 장교로 단정되고 전락되어 타겟이 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함이라는 울타리를 좀 제공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국가와 국민을 지키겠다며 장교로서 군인의 삶을 살고 있는 저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난무했던 적잖은 시간 속에서 어느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보호받을 수 없었습니다.

정신과 진료 및 치료를 받고 있고 상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군이라는 조직에서 적응 못 하는 무능하고 나약한 여군이라는 낙인 또한 찍으려 합니다.

성추행과 희롱이 난무했던 제가 겪은 적잖은 시간 동안의 진술이 제게 금수만도 못한 짓을 가해한 그들과의 진술에 일치하지 않는다 하여 군 헌병과 법무, 감찰, 그리고 민간 경찰과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하고 결과 또한 알 수 있게 통지해주지 않았습니다. 직접 찾아가 묻고 또 물어 일백 번 고쳐 물어도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계신 국회의원님과 보좌직원 여러분! 그리고 행정부의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이신 문재인 대통령님!

부디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군에서 온당하고 정당한 직무수행과 임무 완수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보장된 복무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주시길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인권을 말살하며 기회를 도적질하고 결과를 약탈하고 있는 불순한 이들이 가져서는 안 될 명예를 독차지하며 쓰고 있는 늑대의 탈을 부디 벗겨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군에서 부여된 직책과 직무를 성실이 이행하고 임무를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켜주십시오.

부디 외면치 마시고 하루 한날 먼지처럼 사라지는 일이 없길, 제2 제3의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외롭고 괴롭고 쓸쓸하게 눈물 훔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간곡히 부탁 말씀드립니다.

이 간절한 호소에 시스템으로 답을 해주시길 부탁 말씀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