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여성노동단체 기자회견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재계는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재계는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여성노동단체들이 “여성 노동자의 절반인 여성 비정규직 월 평균 임금 138만원으로 독립 생존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최저임금을 1만8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은 고용증대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조건 개선에 목적이 있다”며 “정부와 재계는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8720원보다 23.9% 인상한 1만800원으로 제시했다. 월 209시간 근로로 환산해 월급으로 따지면 225만7200원이다. “최저임금위 기준 비혼단신 노동자 1인의 생계비 208만4332원을 기반으로 요구안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은 올해와 같은 시간당 8720원을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세사업장의 경영난이 그 이유다.

노동자들은 “최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4.2%로 상향 조정했고, 수출실적은 8개월째 연속 증가 중이고 6월달 수출은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며 “회복하는 경제 상황에 발맞춘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악화된 임금불평등을 개선할 적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많은 여성들이 최저임금에 기대어 산다”며 “전체 여성노동자 중 50.5%가 비정규직, 이들의 월평균임금은 138만원으로, 이렇게 낮은 임금으로 어떻게 살 수 있느냐. 사실상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독립생존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임금은 사실상 최저임금이며, 최저임금은 900만 여성노동자의 절반 450만 여성노동자의 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경연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환경전담사지회장은 “인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5시간제로 일하는 환경전담사로 일한다. 시간제로 일하고 싶어 선택한 것이 아닌 학교 청소 일은 시간제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제로 일하기에 최저임금 월 182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110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지금은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면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좀 고생하면 나아지겠지 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동결안을 냈다고 해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제 작은 소망은 내년에는 전일제가 되고 최저임금이 올라 생활 걱정을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노동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임시일용직, 시간제, 영세사업장 등 취약한 일자리에 몰려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은 타격을 입혔다”며 “저임금, 미조직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최저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임금의 출발이며,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을 최후의 보루”라고 덧붙였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재계는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재계는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기자회견문 

현재 한국사회는 여성노동자 중 50.5%가 비정규직이며, 여성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38만원(2020기준)으로 2021년 최저임금 182만원, 1인 가구생계비 224만원에 턱없이 모자르다. 저임금,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또한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3%로 OECD 국가 중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임시일용직, 시간제, 영세사업장 등 취약한 일자리에 몰려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은 타격을 입혔다.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 대면 업종에 여성노동자가 집중돼 있는 것도 타격이 극심한 이유가 되었다. 그럼에도 실직 후 실업급여를 수급한 여성노동자는 숙박음식점업 6.1%, 교육서비스업 18.9%, 도소매업 23.5%에 불과하다. 임시·일용 여성노동자 중 실업급여를 수급한 비율도 13.4%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도 없는 이들은 생계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저임금, 미조직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임금의 출발이며,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을 최후의 보루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었던 2018년에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22.5%에서 15.7%로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 5분위배율도 2018년 이후 큰 폭으로 완화하며 임금불평등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2%로 상향 조정했으며, 수출실적은 8개월째 연속 증가 중이고 6월달 수출은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회복하는 경제 상황에 발맞춘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악화된 임금불평등을 개선할 적기이다. 그러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은 여전히 경제가 어렵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용자들은 중소·영세자영업자 핑계를 대며 최저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정작 코로나 위기에도 재벌대기업은 사상 초유의 이익을 낸 바 있다. 오히려 중소·영세자영업자들은 대기업 납품단가, 원하청 불공정거래, 천정부지의 임대료 등이 자신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호소한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경제위기를 겪은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올해는 반드시 대폭 올려야 한다.

더불어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최저임금으로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가구’ 생계비를 반영하는 것, 초단시간 노동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킨 산입범위 확대 폐기, 전국민 고용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확충,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적극적 단속과 처벌,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여성노동자 대표성 확보 등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하다.

“최저임금은 고용증대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조건 개선에 목적이 있다!” 정부와 재계는 이것저것 핑계말고 2019년 2.8%, 2020년 1.5% 역대 최저인상으로 누적된 임금격차를 보충하고, 코로나19를 겪으며 저임금 여성노동자에게 가중된 고통과 심화된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으로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성별임금격차 해소하자!
저임금 여성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사용자위원 최저임금 동결안 즉각 철회하라!
임금불평등 악화,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결하라!
가구생계비 수준으로 최저임금 인상하라!

2021년 7월 2일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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