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진출이 정치 개혁의 관건

본지는 이화리더십개발원과 공동으로 '4·15 총선 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총 16회에 걸쳐 경선, 선거운동, 4·15 총선 등 선거과정을 여성후보를 중심으로 생생하게 집중 보도할 것이다. 이를 통해 17대 총선과정에서 여성후보들이 겪는 정치현장의 경험을 분석하고 정치진출에서 여성이 갖는 강점과 어려움을 진단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17대 총선뿐 아니라 향후 예비여성정치인 교육과 여성의 정치 진출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계획이다.

정치현장, 언론, 연구가 연대하는 '4·15 총선 희망 프로젝트'는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본지는 그 출발로 이번 호에 17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후보 4명의 좌담을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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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희망 프로젝트' 1차 좌담에 참석한 여성 후보 4명이 17대 총선 승리를 확신하며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참석자

박순자(한나라당 안산지구당위원장)

김선미(열린우리당 안성지구당위원장)

김수진(열린우리당 강남을지구당위원장)

이지숙(열린우리당 서초을지구당위원장)

조 형(이화리더십개발원 원장)

김효선(여성신문사 대표·사회)

2003년 12월 26일(금)

이화리더십개발원

17대 총선을 여성의 정치진출의 일대 전기로 만들고자 했던 여성계와 여성후보들이 '여성' 빠진 정치개혁법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제도하에서도 지역구에 도전해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여성후보들이 있다. 총선에 앞서 넘어야 할 '경선'을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성후보 4인이 정치 현장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김효선:여러 차례 선거보도를 해오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지만 연구기관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는 저희로서도 첫 시도입니다. 그동안 더 많은 여성후보를 소개하는 데에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여성 후보들이 경험하는 정치현장을 밀착 취재, 보도하려고 합니다. 먼저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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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 원장▶

지역구 출마·공천 등 제도적 장애 함께 풀어

여성정치 진출 기틀 마련

조형:최근 정치개혁법 등의 진행을 보면 17대 총선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은 18대 총선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정치환경에서 여성후보들이 갖고 있는 자원은 무엇이며 정당, 언론, 사회단체, 지역사회 등 정치환경은 어떤지 분석하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여성 정치 진출의 제도적·환경적 요인을 개선하는 데에 기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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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자 위원장

남성 '세'에 밀리면 경선부터 '가시밭길'

여성지원 특단책 있어야

박순자:경선을 앞두고 차곡차곡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성 후보들의 경우 경선과정을 지도하고 챙겨줄 사람이 없어 답답했어요.

더욱이 후보들은 자신감, 사기가 중요한데 아직까지도 분위기는 여자들이 정치하는 것에 대해 '정치욕' 운운하고 있어요.

그런 시점에 이화리더십개발원과 여성신문사가 여성의 정치진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한 이번 프로젝트는 시기적으로 너무 반갑고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이번 프로젝트가 인큐베이터처럼 여성후보를 지켜보고 키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김효선:정당이 다르고 선거 경험도 다르지만 지역구에 나선 여성후보로서 공통적으로 겪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박순자:한나라당의 경우 15일까지 지구당을 폐지하는 동시에 후보로 등록해야 해요. 본격적인 경선체제에 들어가는 거죠. 저는 지구당 위원장 2년차에 지방의원 경험도 있지만 국회 진출은 처음이라 경선 자금, 조직 등을 생각하면 막막해요. 송년회, 체육대회, 사조직 모임 등 수많은 행사를 참석하고 있는데 사실 가장 두려운 건 '세'예요. 남성후보들은 조기축구회, 향우회, 동창회 등 사조직들이 함께해 주는데 여성은 그게 잘 안 되잖아요.

'세' 차이로 경선 전에 구도가 정해지면 여성은 경선에 나가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지요. 집중적으로 자꾸 여성을 띄워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김선미:박 위원장님은 그나마 좋은 환경이신 것 같아요. 저는 스케줄이 없었어요. 조직이 가동되지 않으니까 정보가 없어 일정이 만들어지지 않았죠. 처음엔 후보의 부인으로 그 다음엔 보궐선거로, 선거를 2번 치렀는데 재선거 때 조직을 없앴어요.

'조직'이란 것이 깨고 싶은 정치형태였거든요. 조직은 결국 돈이에요. 정보맨을 두고 그쪽 지역의 동정을 보고 받을 수 있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죠. 조직을 없애고 처음 6개월은 많이 힘들었어요. 시장 사람들을 만나고 상갓집을 찾아다니고 열심히 쫓아다녔어요.

그렇게 6∼8개월 정도 지나니까 사람들 입에서 제 이름이 돌더라구요. 자발적으로 돕겠다는 사람이 생기고 정보도 나오는 거예요. 힘들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자, 여자를 떠나서 돈 없는 깨끗한 정치를 하는 게 힘들겠더라구요. 실험적으로 해보고 있는 거예요. 이제 조금씩 스케줄이 잡혀요.(웃음)

김수진:저도 선거 분위기를 띄워줄 동 조직을 구성하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조직이라면 돈을 써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처음부터 거부했어요. 지역의 기존조직이 많은 부분 열린우리당에 흡수됐는데 돈 없이 어떻게 참여시키는가 하는 것이 문제예요. 저는 김수진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추구하는 정치적 과정을 지지해 달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정치개혁팀으로 깨끗하다는 것이 생명이니까요.

이지숙:중국 동물원에서 호랑이 우리에 돼지새끼를 넣었는데 돼지가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니까 결국 호랑이가 피했다고 합니다. 서초을 지구당 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정치가 호랑이고 제가 새끼돼지 같다는 말을 했어요.

정치를 잘 몰랐는데 시대의 요청인지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됐고 그 과정에서 여성이 꼭 정치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젠 내가 아니면 누가 나가랴 하는 과감한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정치 고위당직자들과 끈이 닿아 있지 않고 아직까지 중앙당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제가 출마하겠다는 말에 지역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예요. '나도 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상황을 느껴요.

김선미:그건 초기 단계예요. 그렇게 뛰어서 몇 명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1년 동안 지역구 인구 10만 명 중에 3만 명 정도를 만난 것 같아요. 한 번에 2천, 3천 명을 만난 적도 있는데 다 만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을 다음에는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한 명, 한명과 대화를 많이 하고 최대한 충실하게 임하려고 노력했어요. 도시라면 인터넷 등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지역은 시골이어서 일대일 관계가 굉장히 중요해요. 저도 시험하는 과정인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지숙: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죠. (전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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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위원장▶

창당 자발적 참여에“할 수 있다” 자신감 생겨

높아진 국민의식에 기대

김선미:얼마 전에 창당을 했는데 솔직히 1명도 동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자발적으로 3백 명이나 참석했어요. 지역에서 단체장을 맡고 있는 40대 남성들이 주류였지요. 그렇게 1년 반 동안 돈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무시하고 해보니까 그래도 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돈 받고 움직이는 조직운동원은 1천 명도 안 된다 생각하고 나머지 9만 9천 명을 보고 뛰는 거죠.

김효선:모두 환경도, 조직 경험 수준도 다양하고 편차도 큰 것 같습니다. 이제 경선으로 이야기를 좁혀 보죠.

박순자:정치개혁법이 개악됐다는 평이 있죠. 제 생각에도 지역구 여성할당 30%는 힘들 것 같아요. 20%도 쉽지 않을 거예요.

김효선:경선에서 여성들을 지원해줄 제도적인 장치는 없습니까.

박순자:정당이 여성을 배려하는 특단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해요. 정당에서 능력 있고 가능성 있는 여성 후보를 선별하고 검증이 됐으면 과감하게 경선 없이 당선가능 지역을 주는 거예요. 현재로선 여성이 지구당 위원장이 아니고서는 경선을 통과하지 못해요. 지구당 위원장이라 해도 남성들이 나서는 판인데 신진 여성들은 더 힘들어요.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경선 20% 가산점 같은 것은 실제 아무 의미가 없어요. 또 경선에서 여성이 차점자가 되면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여성을 올린다는데 받아들여질 것인지 의문이에요. 당사자로서, 후보자로서 굉장히 맥이 빠져요. 전국적으로 볼 때 여성의 정치 진출이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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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위원장

홍보 등 전략 미흡 정치전문가 공개 초빙

총선 새바람 일으킬 터

이지숙:여성들이 주장해왔던 내용이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남성 결정권자들이 제도나 조직을 움직이는데 여성들의 정치진출을 쉽게 지원하겠어요?

이번 총선에서 제도적 개혁에만 의지하기는 힘들 거예요. 여성들은 시민정신, 국민의 힘을 믿어야 된다고 봐요. 여성단체, 언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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