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어떻게 살 것인가
[여성논단] 어떻게 살 것인가
  •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 승인 2021.07.04 16:40
  • 수정 2021-07-0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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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인도의 ‘칩코 운동’(나무 껴안기) 모습. 벌목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이 껴안고 있다.
1973년 인도의 ‘칩코 운동’(나무 껴안기) 모습. 벌목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이 껴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에코 페미니즘 운동이다. 

어떻게 하면 코로나 19가 준 고통과 충격을 계기로 하여 인류의 정치 경제적 과오를 변화시키는 역사적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모두 백신을 맞아 집단 면역이 이루어져서 예전처럼 자유롭고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답답하던 차에 지난 6월19일에 한국여성학회가 ‘포스트 성장사회와 페미니즘 돌봄 전환’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2021 춘계학술대회가 이러한 물음을 묻고 있어서 반갑게 참여했다. 이 화상회의를 기다렸다는 듯 1000명 넘는 많은 접속 소식에 관계자들은 보람을 느낄만하다.

이 학술대회는 ‘기후재난과 페미니스트 정치: K-그린뉴딜이 놓치고 있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첫 라운드테이블을 필두로 하여, 10개의 라운드 테이블은 공공부문 성인지교육, 전환의 길목:돌봄 사회책임의 재검토, 디지털 시대 정치 경제와 젠더,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낙태죄 폐지, 기술과 재생산, 과학하기와 여(남)성하기, 디지털매체와 페미니즘 윤리등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가장 필요하고 뜨거운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진짜 위기는 위기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 것”

기후위기/재난에 대한 가장 절실한 문제제기는 식량생산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패널리스트 김정열 여

성농민(비아캄페시나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대표)로부터 나왔다. 그가 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느라 부가되는 노동을 감수하면서 느끼는 것은 “진짜 위기는 위기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 것. 탄소배출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현재의 사회경제 정치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외면하면서 그 모든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현장 조사 없이, 그리고 땅을 보존하고 종자를 보존해 온 여성 농민들에 대한 인정과 존중 없이 기후 위기 대응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농업분야 정부정책은 고작해야 아열대 작물 재배로 유인, 스마트 팜 확대, 디지털 농업,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 중립에 그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K-그린뉴딜을 다룬 패널리스트들은 공통적으로 기후위기, 감염병 위기,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K-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이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로 만들려면 현재 우리가 대부분 사로잡혀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성장이라는 가치”와 “기술발전주의”에 대한 기대를 더 냉철하게, 더 깊게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여성주의적 대안으로 여성의 시각과 관점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젠더정책이 확장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비인간 생명에 의존하는 취약하고,
서로 돌봐야하는 존재 ‘인류’

그렇다면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수잔 폴슨 교수는 탈성장(Degrowth) 사회를 제안한다. 탈성장의 목표는 부유한 국가들이 에너지와 자원 이용을 줄이면서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평등한 (글로벌) 웰빙을 위해 사회의 방향을 재편한다. 나눔, 단순성, 공생공락, 돌봄, 공유의 확대 등이 탈성장 사회를 나타내는 단어다. 일자리 나누기, 기본 소득 등으로 유급 노동시간을 줄이고 무급으로 공공 활동과 돌봄 노동을 확대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기술발전주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과학기술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자연을 정복하고 함부로 갈취해 인간의 독립성,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팔아 이윤을 얻는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은 우리가 독립적이지도 않고 자율적이지도 않은, 언제나 다른 인간과 동식물, 물질에 의존하면서 서로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점을 깨우쳐주었다. 인류는 비인간 생명체와 무생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취약한 존재이며 서로 돌봐야하는 존재라는 에코페미니즘의 기본 토대를 다시 확인하면서 새로운 상상력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절감한다.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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