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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 폭탄주” 술 권하는 문화에 레드카드를!

술 먹이는 남편상사 비난 글 홈피에 띄워

네티즌 폭탄주 금지 제도화 등 자성 폭발

연말연시를 일명 '폭탄주'속에서 지내는 문화에 익숙한 남성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남편의 잦은 술자리를 보다 못한 부인이 “폭탄주를 강요하는 남편의 상사를 몰아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 직원의 부인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지난해 12월 21일 한은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한국은행 총재님께 눈물로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네티즌은 “연말을 맞아 직급이 높은 사람이 권하는 술 때문에 남편의 간이 상해 가는 것을 보면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며 “상사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심정이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식하면서 한잔 술로 기분을 좋게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2차, 3차 계속 몰고 다니며 나이트클럽에서 새벽 2, 3시까지 붙잡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또 “주는 술을 계속 받아 먹고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글이 오른 후 한은홈페이지는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들에겐 당연한 직장문화'라는 주장과 '이런 술자리 문화는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공방을 펼쳤다.

그러나 네티즌 대부분은 잘못된 술문화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이 주부의 아픔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네티즌 '학생'은 '술 먹고 먹이는 문화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빠가 그런 상황이라면 정말 속상할 것”이라며 “직책이 높으면 높았지 술을 막 마시라고 하는 건 권력을 남용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이 오른 뒤 “어른들이 부끄럽다”는 반성의 글이 오르기도 했다.

“정말 우리나라 술문화 바꿔야 한다”고 말문을 연 네티즌 '술문화바꾸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술=능력'으로 평가되곤 한다”면서 “술 잘 먹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상사들의 기분도 잘 맞추는 등 직장에서 남자끼리는 '베개 밑 공사'대신 '술자리 공사'를 한다”고 꼬집었다. 또 “폭탄주 문화는 예전에 없어져야 할 문화였는데, 군대에서도 없앤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남아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자성하는 의미에서 모든 회식에서는 술잔 안 돌리고, 1차로 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네티즌 '가정주부'는 “의견이 분분한데 '같이 죽고 같이 산다'는 남자들 특유의 집단의식 때문인 것 같다”면서 “회식자리에서 술을 잘 안 마신다거나 일찍 집에 들어가면 '왕따'가 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더라”고 전했다.

그는 “한은 직장상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회식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원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적절한 회식은 좋지만 갈 때까지 간다는 식의 술자리는 가정과 부부사이를 파괴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아짐마'는 “직장에서도 그 전날 먹은 술로 능률도 더 안 오를 것”이라며 “술 없이도 인맥유지 잘하는 여자들 좀 본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주부들끼리라도 뭉쳐서 남자들의 술문화를 바로잡자”고 제안했다.

네티즌들은 기업과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술문화를 바꿀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네티즌 '김재욱'은 '술마시는 문화'라는 글에서 “한은 같은 조직에서 술 권하는 문화를 금지하는 것을 제도화한다면 다른 기관에서도 동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네티즌 '멍청이'는 '술 문화에 관한 기사를 읽고'라는 글에서 “결국에는 능력이 우선”이라면서 “동료라면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술을 주지 않고, 권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나신아령 기자ar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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