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우리당 공천심사위 발표

30% 크게 못 미쳐…여성의원 전무

올해 17대 총선에서 여성정치 진출의 첫째 관건은 각 당의 적극적인 여성 기용과 공천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여성 30%를 채우지 못한 공천심사위원회를 발표했다. 더욱이 정치 경험이 많고 발언권이 큰 여성의원은 1명도 참여하지 못해 형식적인 여성 할당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한나라당은 이계경 운영위원, 나경원 변호사, 이춘호 한국유권자연맹 회장,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 등을 포함하는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심사위원 15명 가운데 여성 4명으로 여성계가 주장해온 30% 할당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12월 23일 열린우리당도 이경숙 공동의장, 정현백 여성단체연합 대표, 전현희 변호사,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윤지희 참교육학부모회장, 윤원호씨 등 여성 6명을 포함한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 22명을 발표했다. 역시 30%에 못 미쳤다.

이후 재심사위원회가 다시 꾸려져 최종 공천을 할 예정이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정치개혁 과정에서 할당제와 가산점 등 여성 관련 개혁안이 실종되고 정치개혁법의 '개악' 우려가 커지면서 17대 총선을 통한 여성 정치 진출은 비관적인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각 정당이 공천의 칼자루를 쥔 공천심사위원회에서도 여성 30%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점에 여성계는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는 “공천심사위원은 당 중앙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30% 여성 할당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가장 중요한 위원회에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수준도 지키지 못하면서 지지를 요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수적인 열세로 결국 여성들이 들러리 역할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공천심사위원회에 여성의원이 없다는 점도 그나마 여성 몫을 챙겼다는 정당의 진의에 의문을 품게 한다. 여성위원들은 정치경험이 없고 정당이나 지역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외부인사가 대부분이다.

남성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당내 입지가 확고한 국회의원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성위원들의 발언권은 약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재선 이하 의원들을 대상으로 공천심사위를 구성해 3선 이상이 많은 여성의원들은 적합하지 않았다”며 “또 여성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바빠서 고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의 주장은 다르다.

김정숙 의원은 “결정권자인 남자들이 여성의원을 배제한 것”이라며 “여성의식이 강하고 영향력이 큰 여성의원들이 여성을 공천해 남성들의 자리를 뺏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 가운데 정현백 대표, 황석영 교수 등이 참여를 고사해 조만간 외부 위원을 새로 구성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달 중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백 대표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여성의 정치참여가 현실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며 “최소한 30% 할당을 지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정당들이 이제라도 여성진출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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