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암 환자 늘어…아프다고 일·연애 못 하나요
젊은 암 환자 늘어…아프다고 일·연애 못 하나요
  • 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7.03 09:37
  • 수정 2021-08-2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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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새 20대 암 환자 44.5% 증가
암 걸릴 확률, 남성보다 여성이 2배 높아
암 생존자 24% 진단 후 직장 잃어
한국도 생계·직업 보장제도 필요

암 투병기 전하는 여성 유튜버 윤슬
“암 환자도 평범한 사람…입체적 삶에 주목하길”
ⓒfreepik

젊은 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위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등 5대 암으로 진료를 받은 20대 암 환자는 2014년 3621명에서 2018년 2만1741명으로 5년간 44.5%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30대 암 환자도 같은 기간 12.9% 증가했다. 여성 암 환자가 25.8%로, 남성보다 약 2.2배 많았다.

드라마 속 암 환자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 혹은 ‘불쌍한 존재’로 그려진다. 현실은 어떨까. 투병 중에도 일과 연애를 놓지 않는다. “아픈 나도 나”라며 받아들이고,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일상을 공유한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화장도 한다. 세상의 편견을 깨는 여성 암 환자를 만났다.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는 30대 암 환자, 유튜버 윤슬

윤슬은 다른 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를 편견에 가두지 마세요. 잠시 넘어진 것뿐입니다. 암 환자가 돼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30대 미혼의 여성 암 환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릴게요. 암을 진단받기 전보다 더 멋진 인생을 살아낼 거예요.” ⓒ유튜브 채널 '윤슬'

“저는 암 환자이지만, 곧 행복한 결혼과 출산을 계획 중인 여성입니다.”

유튜버 윤슬(34·구독자 2.44만명)은 간내담관암 4기 환자다. 2019년 12월 간 절제술을 받았다. 죽다 살아났다는 말도 부족할 만큼 아팠다. 개복 수술을 받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고 기침도 힘들었다. 암 환자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직장생활도 꿈꿔선 안 된다는 압박을 느꼈다. 회사 생활을 하던 윤슬은 코로나19로 인한 인원감축 대상에 포함돼 올해 정리해고됐다. 

그래도 수술 39일 후 카메라를 켰다. 암 진단을 받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싶었다. 소중한 지인들에게 안녕을 전하고 싶었다. 혹여 병을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윤슬은 최선을 다했어”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아픈 게 자랑이냐, 왜 이런 이야기를 올리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라며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윤슬은 여성신문에 “제 유튜브 채널은 어디 가서 말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다시금 인생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장소가 됐다”고 밝혔다.

윤슬은 결혼과 출산을 원한다. 산부인과에서 검사도 받았다. 전문의는 “이상 없다”고 했다. 애인은 “분명히 낫는다, 기다리겠다”고 했다.

윤슬이 보는 암 환자는 누구보다 대단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편견에 가두지 마세요. 잠시 넘어진 것뿐입니다. 암 환자가 돼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30대 미혼의 여성 암 환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릴게요. 암을 진단받기 전보다 더 멋진 인생을 살아낼 거예요.”

윤슬은 결혼과 출산을 계획 중이다. ⓒ유튜브 채널 '윤슬'

암 생존자 24%는 실직…복직 지원제도 마련해야

2030 암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패스트푸드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 문제나 디지털 기기를 장기간 사용한 결과 전자파에 과다 노출되는 등 다양한 원인이 추정되고 있다. 의료 기술 발달에 따라 암을 조기에 다수 발견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수현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지난해 1월6일 유튜브 채널 ‘나는의사다’에 출연해 “여러 유해요인이 우리 몸에 해를 가하고, 우리 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복구하는 유전자를 가동한다. 어떤 사람은 복구를 잘 못 하고, 그런 인구 집단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들은 당장 일자리 걱정이 많다. 암 진단 이후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윤슬도 생계 걱정이 컸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연구팀이 화순전남대병원과 함께 2017년 10월~2018년 3월 암 생존자 4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암 생존자 24%(104명)는 암 진단 이후 직장을 잃었다고 답했다. 환자 스스로 암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을수록 실업률은 더 높았다. 암을 불치병이라 여긴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3.1배 더 높았다. 평소 암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진 환자 역시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2.1배 높았다.

고정관념도 문제지만, 실질적으로 암 환자의 복직을 지원하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암 진단을 받은 직장인에게 복직 시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독일은 직장인이 치료 계획에 맞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암 재활 전문의사 제도’를 운영한다. 일본은 ‘암환자관리법’을 시행해 암 생존자의 탄력근무제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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