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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평화기를 막론하고 군대가 유지되는 기제는 무엇일까. 이 책에 해설을 덧붙인 신시아 인로에 따르면 “군대가 병사들의 사기와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다움이라는 특별한 가정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성적인 '휴식과 오락'이 없다면 미국 군대의 명령으로 젊은 남성을 그토록 멀고 지루한 항해와 육상훈련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반대로 미국인 남성들을 씩씩한 군인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아시아 여성은 성적으로 고분고분하다”는 신화가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올롱가포, 한국의 동두천, 일본 오키나와. 제3세계 여성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들은 아시아 기지촌의 성매매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이자 정책이라 역설한다. '미제국주의 악행'을 고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수년간 현장에 뛰어들어 담아낸 210여 컷의 사진과 아시아 기지촌 여성들의 목소리가 인종, 성, 계급이 중첩된 그들의 고단한 삶을 그대로 전한다. 신시아 인로는 자칫 모든 성관계가 경제로 환원되는 것을 경계하며, 해설에서 아시아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의미를 언급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여성들을 분석적 범주로 나누기보다는, 그들이 신체적 안전을 지키고 얼마간의 자존심을 유지하며 자신과 아이들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하루하루 외줄을 타야만 하는 데서 오는 압박과 희망, 두려움, 결핍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산드라 스터드반트 외 지음, 신시아 인로 외 해설, 김윤아 옮김/잉걸/13,500원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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