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브라’ 바람이 분다. 브래지어를 벗어던진 여성, 가슴을 덜 압박하는 노와이어 브라나 브라렛으로 바꾸는 여성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페미니즘,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흐름이 부채질한 현상이다. “어쨌든 꽉 끼는 브라를 한 번 벗어던지면 되돌아갈 수 없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신문
‘탈브라’ 바람이 분다. 브래지어를 벗어던진 여성, 가슴을 덜 압박하는 노와이어 브라나 브라렛으로 바꾸는 여성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페미니즘,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흐름이 부채질한 현상이다. “어쨌든 꽉 끼는 브라를 한 번 벗어던지면 되돌아갈 수 없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신문

판교의 IT 회사에 다니는 김문영(가명·34) 씨는 집에 있을 때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다. 1년째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브래지어는 “옷장에 모셔뒀다가 외출할 때 한 번씩 걸치는 ‘백’” 같은 존재가 됐다. 스포츠 브라나 브라렛을 주로 입는다. 와이어 브라는 불편해서 안 입은 지 오래다. 

대학생 최영지(24) 씨는 여름이면 ‘니플 패치’를 애용한다. 피부가 민감해서 순면 속옷을 입어도 땀띠나 염증이 생긴다. 브래지어를 벗자 해결됐다. 누가 볼세라 외출할 땐 가슴 부분이 헐렁한 옷만 입었는데,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스로도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됐다. 

최씨의 친구 김소현(24) 씨는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면서 브래지어를 벗었다. “젖꼭지는 그저 신체 부위인데, 여성의 젖꼭지는 민망하고 외설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올해로 2년째다. 티 나지 않는 ‘탈브라 패션’ 노하우도 생겼고,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탈브라’의 편안함을 알리고 있다.

‘탈브라’ 바람이 분다. 차려입지 않은 듯 편안한 패션이 대세가 되자 여성 속옷도 달라졌다. 브래지어를 벗어던진 여성, 가슴을 덜 압박하는 노와이어 브라나 브라렛으로 바꾸는 여성이 늘고 있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센서스와이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60%의 여성이 와이어 없는 브라(브라렛)를 택했고, 약 46%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어떤 몸이든 아름답다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의 영향도, 지난 몇 년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퍼진 ‘탈코르셋’ 운동의 영향도 크다. 코로나19 대유행, 페미니즘,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흐름이 부채질한 현상이다. “어쨌든 꽉 끼는 브라를 한 번 벗어던지면 되돌아갈 수 없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유명인들의 ‘노브라’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신문
유명인들의 ‘노브라’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신문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4~5월 여성 속옷 매출 분석을 보면, 노와이어 브라·브라렛 매출은 67.8%P, 민소매 형태에 속옷 기능을 더한 브라탑 매출이 144.4% 늘었다. 박아영 롯데온 패션MD(상품기획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홈웨어’가 유행하면서 속옷에서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브랜드도 편안한 여성 속옷 제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BYC는 브라렛 제품 품목 수를 2020년 8개에서 2021년 14개로 늘렸다. 브라렛 판매량도 30%P 증가했다. 지난 3월 출시한 ‘란제리 브라렛’은 와이어 없는 브라렛 스타일 제품이다. 가슴 부분에 삼각 모양 패드를 탈착해 볼륨감을 조절할 수 있다. BYC는 올겨울까지 총 16개의 품목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 속옷 광고의 틀을 깬 광고로도 주목받았다. BYC 모델인 오마이걸 ‘아린’은 화보 속에서 브래지어를 직접 입지 않고 손에 들거나 옆에 둔 채 포즈를 취했다. 과도한 노출이나 섹스어필이 없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BYC가 올해 출시한 ‘란제리 브라렛’ 세트 ⓒBYC 제공
BYC가 올해 출시한 ‘란제리 브라렛’ 세트 ⓒBYC 제공

비비안은 올해 상반기 온라인 전용 브랜드 ‘비비안 나나핏’을 런칭하며 노와이어 브라, 여성용 사각팬티 등을 출시했다. 5월 홈쇼핑 라인 ‘마이핏’을 런칭하며 편안한 여성 속옷 제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브래지어의 날개와 팬티 부분에 신축성이 뛰어난 효성티앤씨의 ‘크레오라 이지플레스’ 원사를 사용해 입고 벗기 더 편안하다. 비비안 홍보팀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편안함이 강조된 여성 속옷 라인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방울도 올해 초 와이어와 후크, 봉제선, 어깨끈을 모두 없앤 ‘트라이 심프리(TRY Seamfree)’ 라인을 선보였다. 유니클로도 체형 보정 기능을 강조한 제품, 압박감을 최소화한 제품, 땀을 흘려도 쾌적한 제품 등 5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와이어리스 브라 컬렉션’을 출시했다.

(왼쪽부터) 유니클로의 와이어 없는 ‘쉐이프 리프트’ 브래지어 제품과 ‘2021 S/S 와이어리스 브라 컬렉션’ 착용 사진 ⓒ유니클로
(왼쪽부터) 유니클로의 와이어 없는 ‘쉐이프 리프트’ 브래지어 제품과 ‘2021 S/S 와이어리스 브라 컬렉션’ 착용 사진 ⓒ유니클로

더 편한 브래지어를 찾다가 아예 직접 제작·판매에 뛰어든 여성도 많다. 2020~2021년 편안한 브래지어·‘탈브라 의류’ 제품 국내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16억7330만원을 넘었다. ‘탈브라’ 셔츠, 원피스, 티셔츠, 홈웨어, 니플 패치, 니플 패드, 심리스 브라, 브라렛, 브라 런닝, 브라 내의 등이다. 와디즈·텀블벅 플랫폼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된 펀딩 프로젝트는 51건, 투자자는 3만503명이다. 51건 중 46건은 여성이 맡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 4~6월 와이어 브라 판매량은 16%P 감소한 반면, 스포츠 브라는 같은 기간 32%P, 브라렛은 5%P, 스무딩 브라는 9%P 각각 증가했다. 원더브라와 플레이텍스 등의 여성 속옷을 만드는 ‘그리티’에 따르면 올해 노와이어 브라 제품 비중은 2020년보다 약 10~20%P 늘었다. 

▶ 답답한 브라는 안녕...이렇게 시작해봐요 www.womennews.co.kr/news/21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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