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130×162cm, 2010 ⓒ허진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130×162cm, 2010 ⓒ허진

작가의 말

나는 내면의 다층적 기억을 인문학적 입장에서 재해석하면서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작품 주제는 인간의 기억은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는 전제 아래 기억의 축적이 곧 역사이며, 역사 또한 개인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는 과학문명 숭배에서 비롯된 폐해를 치유하고자 하는 환경친화적 생태론을 기반으로 형상화한 연작들이다. 유목동물을 자유롭고 복잡하게 배치하는, 여러 이미지의 나열은 자연과의 상생과 조화를 강조하는 소망과 열정을 보여준다. 즉 역동적 야생동물의 묘사를 통해 자본문명에 젖은 기계적 삶에 예속된 현대의 삶을 탈피해 자연 본성에 가까운 자유로운 세계로 인도하고자 한다.

나는 인간 조건의 근원을 위협하는 문명의 파괴적인 양상을 주목하고 문명과 인간탐구의 영역에서 동물을 부가했다. 문명과 부유하는 인간 연작 위에 실루엣의 점묘로 대담하게 처리한 동물이미지는 문명의 온갖 단서와 익명인간이 오버랩 되면서 파편화되고 비순환적인 현실을 강렬한 색채로 부각시킨다. 문명의 월권과 그 파괴적 양상은 조화 상실의 디스토피아적 상상과 함께 인간형상을 더욱 왜소하게 만든다. 주체적 관계 상실은 동물과 문명의 제반 이기를 부각시킴으로써 표현했다.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시리즈는 유전자 조작 및 가공, 유전자 재조합, 생명복제, 세포융합 등 유전공학 및 생명공학 기술이 자연 생태계의 오묘한 균형을 교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로 다른 동물을 합체해 탄생시킨 기이한 이종융합 동물을 통해 생물학적 오염과 생태적 재앙을 부각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사회를 지향하고자 했다.

인간과 자연이 평등하게 공존할 공동체의 상징은 섬으로 표현했다. 섬은 어린 시절 각인된 다도해 풍경에서 영감을 얻고,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이나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아틀란티스같은 유토피아를 상상했다. 말하자면 인성을 망각한 윤리의식에 젖은 과학문명에 경고하고,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다도해의 풍경을 묘사해 지혜로운 공동체적 삶들로 이루어진 마음속의 유토피아를 창조하고자 했다.

허진 작가 약력

<현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

198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90 서울대학교 대학원(석사과정)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1990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서울)

1998  예술의전당 미술관(서울)

1999  금호미술관(서울)

2003  Zab galley(호주 멜버른)

2004  노무라미술관(일본 교토)

2006  월전미술관(서울)

2011  성곡미술관(서울)

2013  갤러리아크(광주)

2015  모스크바 Arbat 현대자동차 오토스튜디오(러시아 모스크바)

2020  동덕아트갤러리(서울) 30여회

       <단체전>

2010   젊은모색三十展(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경기)

2011  '한국화 옛뜰에 서다'(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4  Asia Contemporary Art Show, Hong Kong 2014(퍼시픽 플레이스,홍콩)
2015  남도미술 200: 탄생과 열려진 지평(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17  광주시립미술관 신소장품전 2016(광주시립미술관, 광주)
2019  버질아메리카 기획초대전 우리··모습’(한전아트센터갤러리, 서울),

한국=홍콩 수묵 교류전 수묵의 조형, 수묵의 확장(주홍콩한국문화원, 홍콩) 30여회

<수상>

1989 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995 1회 한국일보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2001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2015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19회 허백련미술상 본상

2017 37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심사위원 선정 특별예술가상

2020 광화문아트포럼 선정 ‘2020 올해의 작가상’(서울)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노무라미술관,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치기념관, 박수근미술관, 월전미술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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