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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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하다. 우스개소리로 넘기기엔 집 안팎의 사고가 너무 잦다. 무심코 열어둔 찬장 모서리에 부딪쳐 이마가 찢어지고, 냉동실에 뒀던 떡이 떨어져 엄지발가락을 뭉개 놓기도 한다. 집안에서도 이러니 집밖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걸어도 차를 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툭하면 정비한다며 갈아대는 보도블럭은 울퉁불퉁하거나 틈새가 벌어져 어르신은 물론 여성들의 발걸음을 힘들게 한다. 가로수 밑둥 둘레에 놓인 보호덮개 또한 불쑥 솟거나 푹 꺼져 보행을 방해하기 일쑤다.

뿐이랴. 걷다 보면 수시로 만나는 전봇대도 아슬아슬하다. 회색의 둥근 콘크리트 기둥이던 전봇대가 온갖 선이 얼기설기 얽힌 거리의 흉물(?)로 바뀐 지 오래다. 전봇대가 각종 선(線)꾸러미가 된 건 1999년 정보화촉진기본법 개정으로 통신선을 한국전력 전봇대에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한국전력의 전기선에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통신선과 케이블TV 선까지 덧대진 건데 문제는 이 각각의 선을 전봇대 겉에 붙이고선 아무 줄로나 둘둘 감아놓은 것이다. 보기 흉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감전 가능성을 생각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개중엔 여러개 줄을 둘러친 판을 조이는 고리가 불거져 나온 것도 있다.

그것도 딱 초등학교 1~2학년생 정도 아이들 눈높이 쯤에. 전봇대에 쓰인 문구는 딱 하나. ‘굴착금지’다. 굴착이야 아무나 할 수도 없고, 함부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봇대 아래쪽에 삐죽 나와 있는 쇠붙이는 지나가는 사람 모두의 옷이나 살을 찢을 수도 있고, 무심코 뛰어 지나가는 아이들 눈을 찌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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