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원청업체 동방과 16일 상호 합의
동방 “전적으로 회사 책임…사과문 발표 예정”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 49재에서 위패를 태운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9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청년노동자 49재'에서 위패를 태운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kg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의 장례가 사고 이후 59일 만에 치러진다.

고 이선호씨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오는 19일 10시 경기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장으로 이씨 장례를 치른다고 17일 밝혔다. 장지는 평택시립추모공원이다.

유족 측과 원청업체 동방은 16일 상호 합의를 맺었다. 동방 측은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32가지를 시행하겠다는 안전대책 실행계획서를 유족 측에 전달했다. 실행계획서에는 △안전관리자 추가 지정 △일용직 근로자 안전교육 실시 △특별·정기 안전교육 실시 △작업계획서 작성 △절차에 따른 작업 진행 △안전표지판 및 속도표지판 설치 △현장인력 대상 응급처치 교육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동방은 이씨 사망이 100% 회사 책임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유족 측은 형사상 소송만 이어가고, 동방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여성신문에 “두 달 동안 전쟁을 벌이다시피 했는데, 선호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졌고, 회사에서 100% 잘못을 인정했다. 합의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원만하게 진행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강해지려고 했다”면서 “앞으로 밀려오는 이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나서서 내 일처럼 분노해줘서 그래도 이런 결과가 있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얼굴이 공개돼서 더 이상 사회생활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남은 시간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앞으로도 노동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응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대책위 측은 “해수부의 직무유기, 불법 인력공급에 관한 문제, 5대 항만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대책 마련 등 문제가 남아있으며 이는 향후 국정조사와 고소 및 고발 등으로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인력업체 소속으로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던 4월22일 오후 4시10분께 평택항 수출입화물보관 창고 앞에 있던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컨테이너 날개(300kg)에 깔려 사망했다. 평택경찰서 조사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하나, 이씨가 일하던 현장에는 배정돼 있지 않았다. 사고 당시 이씨는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그는 본래 동식물 검역 업무를 맡았지만, 이날 처음 개방형 컨테이너(FRC) 날개 접는 일에 투입됐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일하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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