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여성운동 전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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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성계는 17대 총선을 통해 여성의 정치진출을 대폭 놀리고 여성의 빈곤화에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주장할 계획이다. <사진·민원기 기자>▶

2004 갑신년에 여성운동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여성의원 비율 두 자릿수 원년을 향한 정치세력화, 빈곤과 실업에서 여성을 일으키는 경제세력화가 그 핵심이다. 여전히 국회에 머물고 있는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관련법 처리도 올해 기필코 이뤄야 할 숙제다. 여성단체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2004 여성운동의 방향을 가늠했다.

여성의원 비율 두 자릿수로

올해 여성운동의 큰 방향은 17대 총선에 맞춰져 있다. 여성의원 비율 5.9%로 세계 181개국 가운데 104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이번 총선에서는 바꾸어내자는 게 여성계 공론이다. 지난 해 정치개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여성정치세력화의 장밋빛 기대는 더욱 커졌다. 정치개혁을 통해 돈과 조직에서 불리한 여성도 정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비례대표 의석이 확대돼 비례대표 50%, 지역구 30% 여성 할당이 적용되면여성의원 비율이 두 자릿수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성계는 확신했다.

총선 관련 여성계 활동은 총선여성연대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는 “연말까지 총선여성연대는 제도 개선 운동을 펼치고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후보를 발굴했다”며 “새해부터는 함께 후보에 대한 지지 당선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여성계 추천 후보와 친여성적인 후보에 대한 지지 활동, 총선공약 제시, 여성유권자 운동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반여성적, 반개혁적 후보에 대한 정보 공개, 나아가 낙천, 낙선 운동도 이야기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신연숙 인권국장은 “남성 정치인의 폭력이나 성 범죄 전과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었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이같은 활동을 펼칠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총선을 향한 여성계의 기대와 활발한 움직임 가운데 낙관적이지 않은 전망도 있다. 연말 정치권이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의 개혁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인 정치개협법안 통과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며 2003년을 마무리해야 했다.

새해 여성계가 후보를 내고 지지 활동을 펼칠지, 거리로 나서 집회를 벌일지 미지수다. 열쇠는 정치개혁에 있다.

빈곤대책 큰 그림 요구

여성계의 또 다른 중요 화두는 '빈곤'이다. 경제 불황으로 최악의 취업난이 지속되고 카드빚과 신용불량으로 가족이 해체되면서 여성의 빈곤화가 급속히 나타났다. 지난 해 생활고가 낳은 어린 세 자녀와 어머니의 동반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남겼다.

여성계에서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사안별로만 대응해 온 여성의 빈곤문제에 대해 체계적, 조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법,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벌이고 토론회를 열었지만 이젠 운동화 시켜야 한다는 여성운동 내부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최명숙 사무처장은 “여성의 빈곤화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며 “근본에서부터 고민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이를 위한 패러다임 변화까지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는 올 한해 사회보장제도 확충과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키워드로 여성에 대한 자립지원 정책, 최저생계비 책정에 여성가구 특성 반영, 여성의 연금 수급권 확대, 공공분야의 여성일자리 창출, 대안적 고용정책, 보육과 노인복지 강화 등을 고민하고 정책을 제시하며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여성계는 특별법의 형태로 제정된 여성관련 법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법 제도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비교적 단기간에 마련된 여성관련 법제도에 비해 이와 괴리된 대중들의 의식과 문화를 바꾸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될 예정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근절 운동에서 대중, 특히 남성 중심의 의식 변화 운동이 기대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지난해 성폭력 근절에 남성 서포터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올해는 남성들이 서포터즈에서 나아가 주체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의식개혁 운동 기대

한편 여성단체 전반에서 여성운동 내부의 조직과 활동가에 대한 인식 제고와 지원이 기대된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운동의 인적 자원들이 행복하게 운동을 하고 비전을 찾고 여성운동과 함께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단체별로 활동가에 대한 복지, 재교육 시스템, 기금 조성 등 사업계획이 풍부하다. 이외에도 평화, 환경, 장애, 노동, 문화 등 여성운동의 각 분야에서 2004년 한 해를 이끌어갈 운동 방향과 사업에 대한 고민이 활발하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는 올해 한반도 북핵 위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여성교류에 주목할 것이다. 또한 여성주의 시각에서 군인권 문제를 조명하고 '군인권법' 제정을 구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여성의 시각을 반영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여성장애인들의 자립생활 등을 올해 주요 사업방향으로 밝혔다.

김선희 기자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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