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 해결에 도움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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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탤런트 이태란씨, 김종창 PD, 박정란 작가.

남녀 애정 문제로 출발한 드라마

미혼모 설정, 호주제 자연스럽게 언급돼

여성에 피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하기도

방송의 보수성을 탈피하고 여성문제를 직시한 드라마 한 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해 여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KBS 1TV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극본 박정란, 연출 김종창·김규태). 논란이 분분했던 호주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드라마다.

'여성부 사주 아니냐''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비난과 '호주제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는 반응 속에 여성부가 주최한 제5회 남녀평등방송상에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만큼 현실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기 때문.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폭넓게 향상시켰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9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노란 손수건>의 김종창 피디, 박정란 작가, 이태란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수상 소감에 앞서 호주제 문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의도가 드라마의 출발점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 부분이나마 여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운을 뗀 김종창 피디는 “캐릭터와 작품이 진실하게 다가간 것 같다”며 “상을 계기로 이와 같은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피디는 “구호성, 캠페인성 드라마가 되는 것을 경계했던 측면이 오히려 호주제에 진실하게 접근하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드라마에선 미혼모를 다뤘지만 호주제로 인해 피해 입는 여성들의 다양한 양태가 있을 수 있다”며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내일 잊으리> <울밑에선 봉선화> <딸이 더 좋아> <사랑의 향기> 등에서 차분히 여성의 삶에 접근해 온 박정란 작가는 “일단 상을 받으니 좋다”고 소감을 밝힌 뒤 “남녀 애정 문제가 드라마의 출발점이었고, 자영(이태란 분)이라는 여성의 삶을 다루다 보니 그가 봉착한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언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극중에서 자영은 미혼모 여성으로 등장한다. 박씨는 “여성인 나조차 잘 몰랐고 정서적으로 당연시했던 부분들이 있었지만 드라마를 하면서 호주제 문제를 실감하게 됐다”며 “이제는 호주제 폐지에 적극 동의한다”고 전했다. “전문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드라마는 연출자, 작가뿐만 아니라 직접 연기했던 배우들의 변화 또한 이끌어냈다. 극중에서 주인공 자영을 연기해 호평받은 이태란씨.

연신 겸손함을 보이며 인터뷰에 응한 이씨는 “덤으로 받게 된 듯 얼떨떨하고 영광스럽다”고 첫 소감을 밝힌 뒤 “드라마를 하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호주제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됐고, 100% 이해는 못 하지만 많이 배운 계기가 됐다”면서 “화도 많이 났고 여성들의 현실을 잘 대변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극중에서 상민(김호진 부)이 아들을 호적에 올리겠다고 하자 자영이 울부짖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건 성(姓)을 주는 아버지가 아니라 자기를 사랑해주는 아버지'라며 항변하는 장면을 꼽았다.

여성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활동해볼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잘 모르기 때문에 먼저 공부를 해야겠다”고 쑥스러운 웃음을 보인 뒤 “여성문제에 관한 좋은 작품이 오면 얼마든지 할 생각이 있다.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요청이 들어온다면 여성문제 홍보대사로 나설 용의도 있다”고 답했다.

드라마는 친부임을 내세워 '인지 신고'를 하는 등 아이에 대한 법적 권리를 주장하던 상민(김호진 분)이 간암으로 죽고, 자영과 영준(조민기 분)이 아이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김 피디는 “방송의 특성상 좀더 강한 결말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호주제를 다룬 드라마들이 많았던 데 대해 “시청률이 부담되긴 하지만 할 건 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지은희 여성부 장관, 임진출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장(한나라당) 등 방송계 인사 1백여 명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다. 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남녀 불평등의 관행을 지적하고 여성의 자발성을 고무해준 데에 방송의 역할이 컸다”며 “프로그램의 양성평등은 물론 방송사 내의 인적 구조에서도 양성평등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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