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이준석 후보가 내건 ‘공정 경쟁론’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36세 0선’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4‧5선 중진 후보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를 앞둔 가운데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조사(5~7일)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48.2%로 집계됐다. 뒤이어 4선 나경원 후보가 16.9%의 지지를 받았다. 3위는 5선 주호영 후보(7.1%)였다. 특히 여권 지지자를 제외하고 응답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50.9%까지 상승했다.

세대교체와 변화 요구하는 뜨거운 열기

국민의힘 당 대표경선은 ‘70% 당원 투표, 30% 일반 국민 여론조사’로 실시되기 때문에 과연 당심과 민심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당원 투표는 대의원, 책임당원, 일반당원 등 32만8000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난 7~8일에 끝난 당원 모바일 투표율은 36.16%로 최근 10년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은 선거인단은 9~10일 이틀간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투표하게 된다. 당원들의 투표 열기가 이렇게 높은 것이 과연 어떤 후보에게 유리한지 두고 봐야 한다.

그런데 변화를 요구하는 열기가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세대교체와 변화를 내세운 이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영국 보수당은 지난 2005년 토니 블레어 수상이 이끄는 영국 노동당으로부터 정권교체를 위해 38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추대했다. 그는 2010년 영국 총선거에서 보수당을 승리로 이끌면서, 43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직에 올랐다. 만년 야당이었던 스웨덴 보수당은 2003년 38세의 젊은 프레드리크 라인펠트를 새로운 당수로 선출한 후 2006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 후 라인펠트는 8년간(2006~2014년) 총리직을 맡아 스웨덴식 복지모델의 대대적인 개편을 이뤄 냈다.

‘이준석 바람’의 이면, 갈라치기 전략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유럽에서와 같이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36세 제1야당 대표’가 과연 현실화 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준석 바람’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변화를 바라는 보수진영의 절실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이준석 바람 이면엔 우려되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갈라치기 전략’ 때문이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 대 ‘능력 없는 사람’ ‘남성 대 여성’ ‘청년(새로움) 대 중진(꼰대)’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만들어 지지를 얻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 펴낸 『공정한 경쟁』이라는 책에서 “기본적으로 실력 혹은 능력이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나를 ‘엘리트주의’라고 비난한다고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청년과 여성 할당제를 반대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페미니즘 진영이 시시각각 자신들이 유리한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복잡해진 성평등 정책이 더 많은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며 여성 할당제 등 법과 제도로 남녀의 차이를 보정하려는 정책적 시도를 비합리적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지극히 단선적이다. 여성 할당제가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잠정적 조치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은 진짜 ‘공정한’ 경쟁이 아닐 수 있다.

“지금 서 있는 그 자리, 정말 당신 능력 때문인가?”

이준석 후보는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위원에 박탈되어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했다. 자신은 청년 할당으로 선택되어 활동하고 다른 사람들은 안 된다고 하면 과연 공정한가?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는 최근에 저술한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 정말 당신의 능력 때문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준석 후보는 “공정성을 앞세운 능력주의 담론은 현 체제 속에서 경쟁에 이긴 사람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담론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형준 명지대 교수 ©여성신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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