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던 아줌마가 출판사 대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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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뜰의 대표 이현주씨는 가족의 주체적인 일원으로서 여성을 책 속에 담아낼 생각이다.

지난 해 12월 첫 책을 낸 출판사 한 곳을 찾았다. 10평 남짓한 공간. 문을 열고 들어서니 출판사 뜰의 대표인 이현주(34·사진)씨가 반갑게 기자를 맞는다.

기획은 물론 필자 섭외, 서점 도매상 만나기, 보도자료 발송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는 이씨가 출판사를 연 것은 지난 해 4월. 8개월 만에 첫 책 <가족이 있는 풍경>을 냈다.

“여성 코너에 가보면 인테리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웠나, 요리책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가족, 부부, 가정에 관한 책을 내야겠다 결심한 계기가 됐죠.”

이씨는 “좋은 가족, 가족관계, 가족의 주체적인 일원으로서 여성을 보여줄 계획”이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도 책으로 펴낼 생각”이라며 출판사의 지향을 밝힌다.

첫 책 <가족이 있는 풍경>은 1백 년 전에 살다 간 스웨덴의 화가 칼 라손의 그림에 이씨가 글을 엮은 책이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진 100년 전 스웨덴의 집과 풍경들이 한 장의 사진을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라손 부부의 <가정>은 1백 년 전 전쟁터에 나간 유럽의 군인들이 성서와 함께 품에 지닐 정도로 당시 가족이 주는 안온함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책. 이씨는 어느 사외보에서 그림을 본 이후 '꼭 첫 책으로 내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뜰의 다음 책들도 흥미롭다. <남자들의 폐경기>란 번역서는 약한 모습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로 고민하는 중년 남성들과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엄마의 음식 달력>은 제철에 음식을 사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지혜를 보여줄 예정.

“책을 좋아하는 아줌마였기 때문에 오는 이점이 있어요. 이를테면 노산이나 조산에 대한 책이 없더라, 왜 없을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새 책을 기획하죠.”

<출판저널> 기자였던 이씨는 99년 직장을 그만두고 3년간 전업주부로 지냈다. 처음엔 “3천만원만 까먹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1년은 기다리겠다”는 각오다.

“좋은 책은 일단 사심이 없어야 하고 문장, 편집 등 독자들한테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건져내는 소재들로 삶이 풍요로워지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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