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군 부사관’ 어머니 “참모총장, 사과 한번 않고 사퇴하나? 당장 사과하라”
[인터뷰] ‘공군 부사관’ 어머니 “참모총장, 사과 한번 않고 사퇴하나? 당장 사과하라”
  • 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6.06 15:45
  • 수정 2021-06-0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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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
내몰린 공군 부사관 어머니·아버지

“우리 아이는 꿈·배려심 많던 아이…
냄비처럼 뜨거웠다가 관심 식지 않아야
딸 이름 딴 법 만들어 또 다른 피해 막아야”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피해자 어머니가 딸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울부짖고 있다. ⓒ홍수형 기자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피해자 어머니가 딸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홍수형 기자

“공군 참모총장 사퇴라니 우리 앞에서 사과 한번 안 하고 그만두는 건가요? 사퇴하면 마음 편하게 다리 뻗고 자겠네요. 참모총장은 우리 아이가 얼마나 아름답고 꿈이 많던 아이였는지 와서 보고 사과해야 해요. 참모총장은 우리 아이 얼굴도 모를걸요?”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4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탈진으로 링거를 맞고 있었지만,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 인터뷰 할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피해자의 부모는 “너무나 원통하고 억울하다. 우리 아이의 억울한 죽음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군 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2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회식 자리에 억지로 불려 나간 뒤 부대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선임 남성 부사관 장모 중사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겪었다. 피해자는 이튿날 상관에게 신고했으나 가해자에 대한 조사는 15일이나 지나서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협박은 물론 조직적인 은폐·회유가 반복됐다고 유족은 호소하고 있다. 가해자의 아버지까지 나서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압박했다고 알려졌다. 피해자는 결국 5월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3개월 만인 지난 2일 가해자는 구속됐다.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은 4일 입장문을 통해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 무엇보다도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공군 참모총장의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딸을 직접 찾아와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피해자 어머니는 “참모총장 사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게 ‘아 그만두는 건가? 몸 떠나면 이제 마음도 편해지겠네’다. 우리 앞에서 사과 한번 안 하고 떠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아이 앞에 와서 사과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아름답고 꿈이 많던 아이였는지 와서 보고 사과해야 한다. 참모총장은 우리 아이 얼굴도 모를 텐데”라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의 어니를 4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탈진으로 링거를 맞고 있었지만,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 인터뷰 할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성신문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의 어머니를 4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탈진으로 링거를 맞고 있었지만,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 인터뷰 할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성신문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의 아버지는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이 제대로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이 총장의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여성신문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의 아버지는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이 제대로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이 총장의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여성신문

 

“후배 여군 위해 심리 상담도 해주고 싶어 하던 꿈과 배려심 넘치던 아이”

2016년 훈련단에 들어갔을 때 고인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에게 보낸 손편지. ⓒ피해자 유족

부모가 떠올리는 이 중사는 ‘배려심이 많은 아이’였다. 특히 할머니·할아버지와 유대감이 남달랐다. 2016년 훈련단에 들어갔을 때도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손편지를 쓸 만큼 예의 바르고 상냥한 손녀였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선보일 때 행복해하던 사람이었다. 가족·친구가 힘들 때면, 안마해주며 다독였다. 또, 노래방에 가서 랩을 선보이며 유쾌함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공군항공과학고 재학 시절에는 총학생회 여성대표를 맡으며 친구들과 공감하고 때론 ‘조용한 리더십’도 발휘했다.

‘꿈이 많은 아이’였다고도 했다. 특히 심리 상담에 관심이 많았다. 군 내 여성이 많지 않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던 후배 여군들을 위해 심리 상담도 해주고 싶어 했다. “저처럼 힘들어하는 여군들을 위해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딸이었다. 동시에 자신의 특기(항공 전문 기술)를 더 단련하기 위해 사이버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까지 다니며 공부했다. 토익 준비도 하고 전문 자격증도 따고, 운동도 하며 자신의 미래를 그리던 딸이었다. 

아버지는 “나보다 상대방 입장에서 공감하고 지지하고 배려하던 딸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모는 “머리도 좋고 항상 노력하는 아이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아까운 인재였다. ‘저런 아이가 리더가 돼야지’하고 항상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볼 때마다 너무 예쁜 우리 딸인데 이제 만질 수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고 흐느꼈다.

고인의 생전 모습. (왼쪽부터) 2014년 항공과학고 입학 후 1학년 때. 2016년 항공과학고 3학년 총학생회 여성대표 사열식 당시 모습. 2018년 해외여행 당시. ⓒ피해자 유족
2019년 6월 외할아버지 팔순 기념 가족여행 당시 찍은 사진. ⓒ피해자 유족

사건 보도 이후 또 다른 여군 피해자들에게 위로 문자 줄이어
어머니 “외려 그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힘 되고 싶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놓인 피해자의 영정과 위패. ⓒ여성신문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딸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에 바라는 것이 있을까요.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한테 뭘 바랄 수 있겠어요. 우리 딸을 살려내세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것 뿐이에요. 사람이 죽고 난 뒤 사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 않아요.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어머니는 “군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배려해줘야 한다. 상처가 치유돼서 원래의 자기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어머니에게는 또 다른 군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문자가 연이어 오고 있다. 이들은 “나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사건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어머니를 위로한다. 어머니는 오히려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른 피해 여군들이 제게 ‘힘내’라고 위로하는데, 저는 외려 제가 그들에게 ‘힘내’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요. 제가 위로해서 다른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상처를 치유할 수만 있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여군들에게 그렇게 전하고 싶어요. 물론 여군뿐만 아니라 피해 남군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어머니는 사람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많은 이들이 지켜봐야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아이 사건이 일순간에 냄비처럼 뜨거웠다가 식으면 안 돼요. 끝까지 지켜봐야 해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관심 가져야 해요. 지금 너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있는데, 우리 아이 이름을 딴 법을 만들어서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싶어요. 마음 같아서는 우리 아이 사진이나 동상을 국군 사령부에 세워놓고 사령부가 꾸준히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짧은 생이었지만, 우리 아이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엄마의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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