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의원이 사건 관련 자료 요청하자
공군, 피해자 특정 자료 고스란히 전달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국방부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국방부

한 국회의원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공군 성폭력 피해자의 상세정보가 담겨 논란이다.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공군이 피해자 정보를 기록한 자료를 여과 없이 해당 의원에게 전달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그동안 군대가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해왔다는 방증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피해자 특정할 수 있는 자료 언론에 배포한 의원실

A의원은 2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배부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 합동전담팀을 맡은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준장)으로부터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보고 받았다고 알렸다.

A의원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는 ‘공군 보고 문건’이라는 이미지가 함께 첨부됐다. 이 자료는 공군이 A의원에게 제출한 것으로 피해자와 남편을 특정할 수 있는 상세 정보와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기술한 국방부 자료를 그대로 스캔한 것이다.    

“피해자 정보, 요구하지도 제출하지도 배부하지도 말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3일 긴급 성명을 내고 “모 국회의원을 통해 배부된 군대 내 성폭력 자료에 피해자의 상세정보가 기재되어 있다”며 “자료를 청구하는 측과 제출하는 측 모두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 국회는 자료청구권을 무분별하게 발동하고, 해당 기관은 원칙 없이 자료 제출에 급급한다”며 “성폭력 관련 국회 감사와 언론보도에서 상세한 피해자 정보가 요구되고, 확보되고, 유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피해자가 특정되면, 피해자의 과거 사건, 사건과 무관한 과거 이력, 피해자와 관련한 무관한 일화 등이 무분별하게 온라인에 올라온다. 이를 일일이 바로 잡고 삭제하는 일은 피해자 개인이 떠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보도에서 중요한 원칙은 ‘성폭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이의 해결을 위해 보도하기’”라며 “국민의 알권리 역시 피해자 권리보장, 보호에 앞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내부에 신고할 수 있겠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번 공군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심각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공군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문서로 작성해 국회의원에 제출했고, 국회의원은 이를 언론에 배부했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소장은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고충상담원이나 헌병, 군검찰 등에 사건을 신고할 때 혹시 군 내부 보고체계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을지 우려한다”며 “이번 사안은 군대 내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의원 측은 여성신문에 “사안의 긴급성 때문에 자세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등 상세 정보는 외부에 유포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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