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서 동반자로' 여성관 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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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남녀 불문 인재 채용 첨단기업 고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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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

'완전한 사랑' 순정파 여심 꽉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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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차인표

노무현 대통령이 '양성평등에 가장 충실한 정치인' 1위에 뽑힌 것은 '대한민국 남자'의 여성관의 발전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노 대통령은 올 2월 첫 내각에 19명의 각료 중 강금실 법무·지은희 여성·한명숙 환경·김화중 보건 등 여성 장관 4명을 임명, 다른 어느 정권보다 진일보한 여성관을 반영한 바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여성관이 처음부터 깨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진영은 여성관과 관련, 노 대통령의 과거를 걸고 넘어진 바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노 대통령이 '마누라가 밥상 들어 달라면 엎어버리고 이불 개라면 이불을 질겅질겅 밟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런 여성관을 가진 사람이 여성정책을 논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도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부인하지 않았다. 자서전을 통해 한때 권양숙 여사에게 손찌검을 했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특히 80년대 초반 '남자한테는 여자가 서너 명은 항상 있어야 돼.

한 명은 가정용, 한 명은 함께 춤출 수 있는 뺑뺑이용, 그리고 한 명은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오솔길용'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운동권 후배들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보수적인 여성관을 바꿔준 것은 <하늘의 절반>이라는 책. 이 책을 읽은 후 여성정책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권 여사를 '가정용'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존중하게 된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노 대통령의 지나온 궤적을 살피면 여성관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보통의 남성이 여성을 동반자로 인식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어 주목을 모은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한 오즈마케팅은 “평등의식을 가진 정치인을 뽑아달라는 주문에 응답자들이 '없는데''굳이 뽑자면'이라는 반응을 보여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엿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경제인은 CEO 개개인의 이미지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응답자들이 가장 대답하기 힘들어한 부분이었다. 다른 기업인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양성평등과 보수의 이미지를 가진 기업인으로 동시에 뽑힌 것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회장의 인력관은'1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1%의 엘리트가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가치관에 따라 모든 직원들을 한 식구처럼 대한 그의 인력관이 IMF때 정리회고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의 입에서조차 “삼성맨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말을 나오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즈마케팅은 “삼성이 사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인데다 '1등' 이미지마저 갖고 있어 이 회장이 양성평등 기업인 1위로 뽑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특유의 '조직'을 강조하는 이미지는 삼성의 높은 인지도와 맞물려 이회장이 가장 보수적인 기업인 1위로 선출되는 아이러니를 낳게도 했다.

이 회장의 여성관과 관련,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건 남성이건 사람을 존중한다는 차원이지 여성만 어떻게 더 대우해준다는 차원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양성평등한 가치관을 갖는다는 말이지만 그만큼 여성 부문에 관심이 없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오즈마케팅은 “삼성이 전체적으로 앞서가는 기업으로 인식됨에 따라 양성평등한 기업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며 “반면 겉으로 드러나는 삼성가의 분위기와 여성간부가 없다는 기업의 특성이 부각되면서 보수적인 이미지도 함께 풍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성평등의 이미지를 가진 남성연예인 1위로 뽑힌 탤런트 차인표씨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배역 이미지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차인표는 극중 김희애가 죽는 대본을 읽으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 눈물을 흘렸다”면서 “곧바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시면서 허전함을 달랬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드라마 속 아내를 잃는 아픔조차 감내하지 못한 이 '순정무구'한 탤런트에게 기꺼이 한 표씩을 던졌다. 여성들은 불치병을 앓던 아내보다 힘들어하다 결국은 아내를 따라 저 세상으로 가버린 차인표의 죽음을 김희애만큼이나 안타까워했다.

그는 요즘 촬영이 끝나면 위암으로 투병중인 장모를 찾아 말벗이 되어드린다고 한다. “사위가 나오는 드라마는 꼭 챙겨보는 장모님이지만 '완전한 사랑'은 충격을 받을까 봐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그 세심함이 있는 한 다음 투표 때도 여성 응답자들은 차인표를 택할 것이다.

오즈마케팅은 연예인, 스포츠맨의 이미지는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어 응답자들이 대답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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