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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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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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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임 주 튀니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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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남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정치·경제 총망라…'장' 탄생 줄이어 남성성역 법조·국방 '화려한 신고식'

어느 해보다 '여성 1호'가 많았던 2003년. 강금실 법무장관, 양현아 서울법대 교수, 황미정 삼성전자 공채 출신 부장, 이혜정 원불교 교정원장 등 각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여성 1호의 탄생은 금녀의 문을 여는 것에서 나아가, 조직을 책임지는 첫 여성 '장'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은 이제 '진입'의 문제를 넘어 각각의 영역에서 지위와 영향력을 이야기하며 여성 임원과 대표로 나설 수 있게 됐다. 가장 보수적인 정치 분야에서도 '양'을 넘어 '질'의 문제를 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올해 '여성 최초'에는 남성 조직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장'이 많이 등장했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으며 한국언론학회와 국어국문학회에서 첫 여성회장이 선출됐다. 김홍남 교수가 국립민속박물관장을 맡아 문화재 분야 첫 여성기관장이 됐고 서울대박물관에서도 첫 여성관장이 나왔다. 이외에도 농업기술센터 소장, 신용보증기금 점포장, 인천 소방파출소장, 부산체신청 우체국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들이 처음으로 '장'의 지위에 올랐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별 '여성 최초'를 돌아보며 여성에 대한 각 영역의 개방 정도와 여성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었다. 기업의 경우 코오롱 그룹, PAG 코리아, 한국 IBM 등 기업에서 첫 여성 상무가 탄생해 임원급 여성의 성장을 나타냈다. 학계에서는 홍경표 교수가 남녀종합대학 첫 여성총장 후보에 선출됐다. 원불교 첫 여성 교정원장이 나왔고 조계종에서도 문화부장에 비구니가 처음 임명돼 불교 내 여성 고위직 진출을 나타냈다. 육군과 해군에서는 첫 여성장교들이 배출돼 군대 내 여성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여성이 이제야 첫발을 내디딘 영역도 눈에 띈다. 올해 '여성 최초'에서 새삼 드러난 남성들만의 철옹성에는 서울대 법대, 정부 기획예산처와 국세청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법대는 57년 역사상 처음으로 '법여성학' 담당 양현아 교수를 임용했으며 예산처(옛 경제기획원)와 국세청도 각각 61년, 66년 출범 이후 처음 여성사무관을 2명씩 배치했다. 이러한 가부장적인 남성 조직들에서 '여성 최초'의 탄생은 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여성계의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고 양성평등한 사회 발전을 위해 여성할당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 수용되면서 가부장적인 조직 역시 변화에 적응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이미 남성조직에 진출한 선배 '여성 최초'들이 여성 몫으로 주어진 자리에만 안주하지 않고 능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숙명리더십센터 조병남 교수는 “여성 1호들이 2호, 3호 등 더 많은 여성들에게 길을 제시해야 한다”며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올 수 있도록 전체 여성의 지도자로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1호 개인들의 노력은 물론 여성계의 지원도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올해 여성계는 네트워크를 동원해 '여성 최초'들에 대한 활발한 지지와 경호 활동을 펼쳤다. 여성정치인경호본부의 강금실 법무장관, 홍경표 교수 지지 활동이 대표적이다. 경호본부에 참여하는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여자의 몫으로 나온 '여성 최초'를 가부장적인 남성들로부터 경호하는 한편, 이들이 지속적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활동 취지를 밝혔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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