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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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이 2심에서 1심보다 3년 줄은 징역 42년을 선고받았다. 여성·시민단체는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피해자와 사회에 미친 악영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행한 범죄가 여성폭력임을 명백히 하며 최소한 감형만은 없어야 했다”고 규탄했다.

1일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조주빈 공판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판결은 단지 조주빈이라는 한 사람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구조와 문화를 엄벌하는 계기가 돼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재판부와 사법부는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을 감형 없이 엄벌하고, 추가 가해자들을 계속 수사 및 검거해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용인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여성을 품평화하고 대상화하는 문화를 비롯한 모든 여성혐오가 허락되지 않는 사회임을 명백히 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더 나아간 사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초범’ 감경 사유 적용될 수 없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 조은호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이 사건 양형이 이례적으로 느껴졌다면 그것은 피고인들의 범행이 그만큼 유례없이 잔인하고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오늘의 판결은 디지털성범죄를 더 이상 가벼운 범죄, 단순 욕구 충족을 위한 일탈로 치부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초범’은 첫 범행이더라도 불특정 다수 피해자가 있거나 상당기간 반복 범행한 경우에는 감경 사유로 적용될 수 없다”며 “이 사건 피고인들 또한 형사처벌전력이 없다는 점에서 ‘초범’이다. 그리고 그들은 수 십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수많은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실이 앞으로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접하고 처리할 법조인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범죄 피해자가 2차 피해 걱정 없이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 필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유영 활동가는 “우선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된 오늘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형량이 감형되어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1심에 이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유지한 이번 선고는 소지, 시청, 판매, 유포, 제작 각각의 단계가 개별적인 범죄가 아니라 서로 증폭시키며 범죄가 계속적, 반복적으로 구성된다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을 재판부가 이해하고 이들 모두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조주빈 징역42년 강씨 징역 13년 천씨 징역 13년 남은 피고인 3인 기간 선고를 마냥 환영할 수는 없는 상황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범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을 걱정 없이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박사방 항소심 재판부는 2심 종결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 추가피해 중 유포피해 많이 겪어”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는 텔레그램성착취 피해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추가피해는 유포피해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노 활동가는 “주변인들의 제보 등을 통해 피해자가 직접 유포를 확인한 경우를 비롯, 피해자 본인이나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피해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위협 혹은 협박하면서 접근하는 사례도 있다”며 “다른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죄로 수사 중에 피해자 확인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확인된 경우 등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텔레그램 성착취사건의 주요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는 피해촬영물에 대한 유포나 유포 협박죄의 무게를 더 무겁게 하는 근거가 될 것이고 당장 피해자들이 겪는 추가 피해를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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