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 펴낸 여성학자 박혜란

남녀 함께 성숙한 인간 되자는 게 페미니즘

권리 찾기 치중했던 여성들도 성찰해야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 사람의 글은 각별하다. 여성학자 박혜란(58). <삶의 여성학>을 삶의 지표로 삼아온 20대와 <믿는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에 영향받은 30대, 40대, <나이듦에 대하여>에 절절히 공감한 50대와 60대까지. 많은 여성들이 세대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그의 글에서 통쾌함과 연대감을 맛보았다. 평범한 개인사를 필두로 그가 꺼내놓는 여성문제와 여성의 현실에 알게 모르게 흡인돼왔다. 신간 <여자와 남자>(웅진닷컴)는 그 작업의 연속선상에 무리 없이 놓인다. <삶의 여성학>을 쓴 지 꼭 20년 만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를 꼼꼼히 지켜보고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저자가 이 시대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본 대로 느낀 대로 풀어 쓴 책이다. 지난 13일 출판 사인회를 마친 그를 교보문고 비즈니스 홀에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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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한 지 20년 되는 시점에서 일반인들한테 한국사회가 얼마나 변했고, 변하지 않았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 동안 도대체 변한 게 뭐냐. 남자들 자리는 끄떡없고 여자들 살기는 여전히 팍팍하고 일자리 갖기는 항상 어려운데다 아이 키우기는 더 힘들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지만 박씨에게 세상은, 특히 여자와 남자의 삶은 엄청나게 변했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평가받아온 세대의 여자들이 “왜 여성계에서는 여자대통령 후보 하나 못 내느냐”고 그에게 따지는가 하면, 아들을 셋씩이나 나은 그를 부러워하던 이웃들이 어느새 측은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은 이제 미혼이 아닌 '비혼'으로 불린다. 게다가 낮아가는 출산율과 높아가는 이혼율까지.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에서 그는 앞으로의 시대는 분명 여자들에게 우호적인 세상이 될 것이며, 여자와 남자가 진정한 파트너로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 것이라 기대한다. 책에는 50대 페미니스트의 성찰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남녀 함께 성숙한 인간이 되자는 게 페미니즘이잖아요. 성숙한 관계를 위해선 함께 가야죠. 그 동안 동참하지 못한 남자들도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여자들도 오랫동안 권리 찾기에 목매달았다면 이젠 인간적으로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삶 속에서의 성찰은 박씨를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들었다.

“주위에선 내가 하고 싶은 얘길 네가 다 하냐고, 어쩜 그렇게 딱 집어서 얘길 하냐고 해요. 다 알지만 뻔뻔하게 드러낼 줄 아는 게 다른 점인 것 같아요.”

그는 “스스로 겪지 않은 것은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무지한 아낙네가 페미니스트로 변해가는 과정과 주부로서 살았던 과정, 포커스가 젊은 여성에게 맞춰져 있던 것을 깨고 여자의 일생을 길게 접근해 나이든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기까지. 개인의 경험을 글쓰기를 통해 공론화시킨다는 생각이에요. 그게 내 여성운동입니다.”

한때 여성학자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도 했다는 그. 현재 그의 바람은 “쉬운 여성학 책을 쓰는 것”이다. 책을 내기 전 아들은 '페미니즘, 뒷북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지만, 그의 작업은 천천히, 의미 있게 진행된다. 최근 그의 화두는 “어떻게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가”의 문제다. 글의 소재도 삶에 따라 변해갈 듯.

“20년 뒤에는 손자, 손녀뻘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 청소년 문제에 관한 내용을 써볼 생각”이라고 전한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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