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여성신문·뉴시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여성신문·뉴시스

최근 국민의 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며 높을 지지를 얻고 있다. ‘스카이(SKY) 대학을 졸업한 55세 남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회에서 ‘30대의 청년’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기존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수면 위로 보이는 이준석 후보의 선전 안에 숨겨진 ‘능력주의’는 갈등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화된 코로나19와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정당한 불만을 젠더와 세대 갈등으로 포장되었다.

진정으로 우리가 분노해야 할 것은 ‘대의민주주의’국가에서 ‘대의(代議, representative)’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분노의 원인은 ‘능력부족‘이 아닌 ‘소통의 통로‘의 부족이다. 국민청원을 제외한다면, 다양한 세대, 성별, 직업, 환경을 대표할 수 있는 매개체가 부족하다. 과거 소위 명문대를 나온 중년 남성, 그것도 비슷한 경제적 지위를 가지는 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회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고 노력하더라도, 그 각각의 다양성은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능력주의가 과연 공정한지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능력주의‘에 의하면, 사회가 능력에 따라 경제적 보상과 지위를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경제적 보상과 지위에 의해 사회적 능력이 배분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서울대 의대생의 84.5%, 연세대 의대생의 70.8%, 고려대 의대생의 67.1%의 신입생이 고소득층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 본다면, 그들은 오직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에 의해서 명문대에 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비교적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수능 점수도 온전히 개인의 능력에 의한 것일까?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는 불만의 상대를 바로 알아야 한다. 스스로의 어려움이 세대갈등과 젠더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쉽지만, 너무 쉬워 보이는 해답은 오히려 오답일 수 있다. 능력주의로 공평함을 만드는 것 같지만, 더 거대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로날드 하이페츠(Ronald A. Heifetz) 교수의 리더십 수업에 의하면, 무대 위에 서있는 사람들은 무대 밖의 상황을 볼 수 없고, 무대 밖에 서있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무대에서 들고 있는 능력주의의 “방패”는 오히려 서로를 향하는 “창”일 수 있고, 세대갈등과 젠더 갈등은 일종의 마녀사냥 일 수 있는 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두 곳 모두 긴 숟가락으로 식사를 한다. 천국은 맞은편의 사람에게 밥을 떠 넣어주고, 지옥은 긴 숟가락으로 제 입에만 넣으려고 하니, 넣지도 못하고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지옥이 된다고 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려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와 갈등, 능력주의적 편가르기가 아닌 화합과 배려가 아닐까?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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