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흥행제조기 MBC 김영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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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태>▶

지난 한 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청소년들에게 아침밥을 먹이자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람. MBC TV '느낌표'의 김영희(43·문화방송 제작2국 팀장) PD.

순천, 제천, 진해, 평양을 넘나드는 '기적의 도서관'부터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 상봉을 담은 '아시아 아시아', 폭주족 아이들에게 헬멧을 씌운 '하자하자'에

이르기까지. 숱한 감동과 화제를 몰고 온 아이템들이 그의 머리와 재치에서 비롯됐다.

2년 7개월의 대장정 끝에 올 12월을 마지막으로 그는 '느낌표'를 떠난다.

더욱 새로운 아이템과 감동을 들고 내년 가을 안방극장을 다시 찾을 예정.

당분간 '김영희'표 오락프로그램이 아쉬울 것 같다. 5년 전 '칭찬합시다'에서부터

'쌀집 아저씨'로 불리고 있는 그. 넉살 좋은 웃음에 인심 좋아 보이는 인상 탓일까.

별칭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으니 “평생 밥은 안 굶을 것 같아 아주 맘에 든다”고 답한다.

지난 17일 MBC '느낌표' 제작 회의실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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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낌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기를 끈 비결이 뭔가.

“일단 웃음과 감동의 포인트는 허를 찌르는 거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길 하면 웃는다. 또 생각지도 못한 걸 건드리면 운다. '프로그램에서 무슨 도서관을 지어' 허를 찌른 거다. 순천시가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외국인 노동자들 가족 데려와서 부둥켜안는 걸 보고, 사람들은 '아, 저럴 수도 있구나'. 모두 공감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생각을 안 한 것들, 그런 것에 대한 허를 찌르는 거다.”

-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정지선 지키기' '칭찬합시다' '느낌표'까지. 모든 프로그램에 김영희 PD만의 색깔이 있다.

“오락 프로그램인데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반드시 교훈적이고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진지한 이야기도 진지하지 않게 할 수 있지 않나. 인상 안 쓰고 무게 안 잡고 그렇게 하면 되는데, 너무 진지하게 열변을 토하면서 하는 게 싫은 거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그렇고 앞으로 통일에 관한 프로그램도 해볼 생각인데, 통일에 대한 얘기 다 진지하게 무게 잡고 하지 않나.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을 때 그때 사실 통일이 되는 거다. 일부에서 진지하게 심도 있게 논의된다고 해서 통일이 되냐 그게 아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생활 속에 가볍게 존재할 때 그 때 통일이 가능하다. 그걸 얼마나 재미있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방법이 떠오르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말고.”

'느낌표' 감동의 비결은 허를 찌르는 것

- 통일, 인권 얘기를 오락 프로그램에 담아내는 게 신기하다.

“나도 참 이상하다. 난 오락 프로그램 PD인데 통일이나 인권 얘기를 하다니. 하지만 인권이나 통일이 오락 프로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뭐 엄청난 주장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없다. 인권을 빙자해서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싶은 거다. 물론 재미있게 웃다가 진지하게 눈물 흘릴 때도 있고 그 때 뭔가 생각해 볼 때도 있는 거다.”

- 아시아에 포커스를 많이 두는 것 같다.

“영국에 연수가 있을 땐데, 한국에서 왔다 그러면 일본하고 중국을 많이 떠올리고 한국은 잘 모르더라. 조금 안다 싶으면 아시아에 있다는 것 정도. 그 사람들은 전부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시아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 세계화 얘기해도 전부 미국이나 유럽만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아시아의 한 나라 아닌가. '아시아 아시아'의 노동자 얘길 하면서 그 얘길 더 하고싶었다. 아시아에 눈을 돌려야 된다는 것.”

- 평양에 '기적의 도서관'을 짓는다고 했는데.

“그게 제일 아쉽다. 반대하는 이유가 '남한에도 없다' '남한 먼저 짓자''거기다 지어도 이용이 제한되고 책도 한정될 것이다' 그건데, 북한에 계속 짓겠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남한에 열두 개 지어졌으니까 북한에 한 개 짓자는 거다. 얼마나 좋은 책들 넣어 어떻게 읽힐지는 모르는 거다. 일부에선 '통일의 상징적인 가교가 될 수 있다'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이런 얘기도 하는데, 난 그런 생각 하나도 안 했다. 밥도 못 먹고 굶고 겨울이면 손이 트는 애들이다. 그런 애들한테 책 갖다주고 책을 좀 읽히겠다는데, 너무나 예쁜 책들 남한에 많지 않나. 10월에 평양에 가봤는데, 책의 질이 너무 나쁘다. 종이 질부터 시작해서 내용도 그렇고 책 권수가 너무 적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 얼마나 예쁜가. 종이 질부터 다양하고 총천연색이고. 그걸 애들한테 읽히자는 데 반대하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 여성문제에 관한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라고 들었다.

“여성문제는 5, 6년 전부터 관심 있었다. '느낌표' 할 때도 여성문제를 한 꼭지로 만들어볼까 심각하게 생각했다.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아 계속 보류중인데, 여성문제는 나한테 통일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이제 남자의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 여성이 얼마나 진출을 하느냐, 얼마나 여성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가 달라진다. 프로그램도 사회적 약자로서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접근보다 여자를 좀더 우월한 종으로 접근하고 싶다. 일단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부분이 아직도 많은데, 그런 걸 하나하나 어떻게 지적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여성문제에 관한 프로그램 5, 6년 전부터 구상해와

- 그러고 보니 대부분 오락 프로그램엔 예쁜 여자연예인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나는 안 한다. 96년에 왕PD 돼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 했는데, 그 당시 유행이 소위 쭉쭉빵빵한 여자 연예인들 말 한마디도 없이, 아니면 진짜 말 한마디하게 하고 같이 세워놓는 거였다. 치마 입혀 로(low)앵글로 잡고. 96년도에 시작하면서 난 여자연예인 MC 안 한다, 오락 프로그램답게 재미있는 개그맨들로 가겠다 그랬다. 그 때도 이경규, 김국진, 김용만 등 다 남자였다. 근데 신경을 안 쓰는지 사람들은 모르는 거다. 방송국에선 나름대로 파격적인 거였는데. 여자연예인 눈요기 감으로 안 쓰고 아이템으로 승부해서 '이경규가 간다'대박 났다.”

- '느낌표'를 떠나게 됐는데, 어떤 느낌인가. 2003년을 돌아본다면.

“'칭찬합시다' 떴을 때도 상을 무지하게 받았다. 한 스무 개 받았던 것 같다. 올해 '느낌표'는 더 받은 것 같다. '칭찬합시다'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 자극을 준 프로그램이라면 '느낌표'는 좀더 구체적으로 사회 각 분야에 자극을 주고 변화를 준,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한 프로그램이다. 그게 가장 큰 성과였던 것 같다. 작은 일이지만 청소년 법이 바뀌고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통과되는 등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보탬이 된 것 같다.”

- 신년 계획은.

“두어 달 아프리카에 가서 킬리만자로를 등반할 생각이다. 케이프타운에 가서 사람들 사는 것도 보고. 10년 전부터 가고 싶었다. 그 곳에는 원초적인 것이 다 있다. PD는 색감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곳은 원색이 있는 곳이다. 태양을 봐도 태양 빛이 다르고 나무 색이나 땅 색깔도 다르다. 원초적인 색깔이 있고 원초적인 생명이 있는 곳이다.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보면 원초적인 삶이 있는 곳이고. PD는 어디를 가든 영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 영감을 위해서 자기가 동경하는 곳을 가야된다. 그래서 꼭 아프리카를 가려고 한다. 근데 거기 가서 말라리아나 황열병 같은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다(웃음).”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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