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에 있는 요크타운 초등학교를 방문해 한 학생의 과제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에 있는 요크타운 초등학교를 방문해 한 학생의 과제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학교 교육에서 부모들의 열성적인 참여는 한국 못지 않다. 촌지만 찔러주지 않을 뿐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모든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엄마와 아빠가 적극적으로 힘을 쓴다. 심지어 할아버지, 할머니도 참여한다. 한국과 좀 다르다면, 부모가 쏟는 학교 자원봉사의 열정은 자기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학생들에게 이익을 주며, 학교의 교과 외적인 부분에 중요한 기여를 하여 전인교육을 가능케 한다. 또 자녀에게 지역사회 참여의 본보기로써 좋은 롤 모델이 되는 긍정적 교육효과를 끌어낸다. 

합법적 ‘치맛바람’

미국은 소위 자원봉사의 나라라고 할만큼 봉사활동이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 희생보다는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한다는 이타주의적 정신에 입각하여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부모의 손을 잡고 나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광경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2018년 미국 인구조사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3%가 매년 1회 이상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고생의 참여를 가산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부모들의 자원봉사 비율이 39.9%로 상대적으로 높다. 대학입시 원서 작성이나 장학금 신청, 직장의 취직 및 승진에 자원봉사 활동이 크게 반영된다. 이러한 사회적 보상체계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개별 자원봉사다. 매 학년 개강 후 한 달 이내에 ‘백 투 스쿨 나이트(Back to School Night)'가 열린다. 1년간 가르칠 교과 내용과 방법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날이다. 이 때 교사는 교실에서 필요한 비품 목록과 정기 자원봉사자 등록 용지를 비치해 둔다. 자율적으로 기증품과 매주 특정 요일과 시간에 담임교사의 보조역을 하겠다는 자원봉사 용지에 사인을 할 수 있다. 나도 첫 아이 킨더가든 때 2살배기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같이 교실에 들어가 보조교사를 하는 것으로 학교자원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교실내 활동과, 체육시간, 학교 도서관 활동보조, 야외견학 등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했다. 매주 금요일 아침 8시 반부터 1시간 동안 교실 뒤에서 그룹별로 풀로 부치고, 가위로 오리고,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왔다. 또 체육시간에는 교사보다 더 많은 비중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주 1회 학교 도서관 활동에서는 교실에서 도서관으로 이동할 때 학생들의 안전과 도서관 내 정숙교육을 담당했다. 저학년일수록 학부모의 보조활동이 교사들에게 절실하다. 우리 아들은 엄마와 동생이 같은 교실에서 친구들의 활동을 돕는 것이 자랑스러워 어깨가 으쓱해졌다고 한다. 

둘째, 학교의 특별행사가 있을 때 임시로 꾸려지는 자원봉사팀이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캘리포니아의 공립학교에서 ‘인터내셔널 데이'가 있다. 각 민족마다 부스를 꾸며 전통음식, 놀이, 홍보물 전시와 전통무용 공연을 위해 학부모 팀을 만들어 아이들의 활동을 돕는다. 또 ‘탤런트 쇼', ‘도서 전시 및 판매', ‘할로윈 파티', ‘골드러쉬 견학 & 자루만들기 바느질', ‘오케스트라 공연'  등에서 행사 코디네이터, 도서판매, 야외 견학 보호자 역할 등을 하면서 학교의 대외활동을 다각적으로 지원한다. 

셋째, 학부모회 활동. 미국 학교의 학부모회는 ‘학부모-교사 협의회(PTA 혹은 PTO : Parent-Teachers’ Association/ Organization)라고 하며 초중고등학교에 학부모와 교사들의 긴밀한 관계로 조직돼 교사의 활동을 지원한다. 거의 모든 학부모가 회원으로 가입하며 임원은 대부분 자원자들로서 회장, 부회장, 회계, 서기, 감사, 기금모금부, 이중언어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기금모금 담당자는 회장만큼이나 중요한 자리이다. 오래 전부터 공립학교의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교육예산이 삭감되어 턱없이 모자라는 예산을 학부모들의 자원봉사와 기금마련으로 충당해오고 있다. 스콜라스틱 북이라는 유명한 출판사와 연계해 ‘도서판매'를 하거나, 킨더가든 학생들의 단어 받아쓰기에 부모들이 맞는 갯수만큼 기금을 도네이션하는 ‘스펠라톤(Spell-a-thon)’, 초중학생들에게 걷는 습관을 주기 위해 집에서 학교까지 걷고, 학교에서 운동장을 걸은만큼 현금기증을 하는 ‘워커톤(Walk-a-thon)’, 프리스쿨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물건기증을 받아 ‘연례옥션' 등을 통해 기금을 모은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악기구입과 음악교사의 월급 등 악기교육 프로그램 운영, 야외견학을 위한 버스대절이나 입장료 보조 등 학교의 특별활동에 사용된다. 이중언어부 대표는 교육청에서 개최하는 월례회의에 참석하여 좀 더 활발하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재구조화되도록 노력한다.

학교운영과 폭넓은 자녀이해 기회의 긍정적 효과 

간혹 지나치게 열성적인 경우도 있으나 개별적 활동은 초등학교로 막을 내리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음악부, 운동부, 학부모의 지원이 필요한 클럽의 팀 대표를 맡는 정도다. 나는 개별 자원봉사자로서 교실 내 보조역할과 특별행사 때 도서전시 및 책판매, 견학 보호자, 이중언어 학부모대표로서 교육청 회의에 참석하여 학교와 교육청간의 중간역할을 했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현악사중주 팀과 모의 유엔 클럽 회장의 학부모로서 팀운영 보조와 자동차 운전 지원을 했다. 이러한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를 통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경험을 나누며 후배 부모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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