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여성 락커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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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살쾡이를 방불케 하는 창법과 강렬한 로큰롤(Rock&Roll)에 몸을 맡기는 모습. 매주 토요일 밤, 벨벳 지나는 홍대 앞 클럽 '드럭'에서 불타오른다. 그는 밴드 '락타이거스'의 보컬 겸 스크리밍을 맡고 있다. 벨벳 지나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적어도 십초 이상 눈을 떼지 못한다. 몸에 딱 달라붙는 가죽잠바와 초미니 스커트, 길고 풍성한 웨이브 헤어는 그가 대충 어떤 사람일지 짐작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벨벳 지나는 또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는 무대 위의 모습과 무대에서 내려온 후의 모습이 매우 다르다. 술, 담배를 전혀 못하고 말도 거의 없다. 무대 위의 모습만 보던 사람들은 차분하고 조용히 웃기 잘하는 평소의 그를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

벨벳 지나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총여학생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졸업 후 벨벳 지나는 음악기획자, '푸펑충'이라는 밴드의 매니저, 케이블 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활동했다. 늘 무대 위에 선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한때는 회사에 다니면서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밤에는 화려한 비주얼의 락커로 변신하는 '이중생활'을 하기도 했다.

“내가 정식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홍대 쪽에서 굉장히 늦은 편에 속하잖아. 비교적 나이도 많은 편이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 덕분에 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독립과 더불어 많은 부분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지. 사회를 경험하고 나서 선택한 '음악'은 다른 것을 기꺼이 희생하면서라도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이야.”

벨벳 지나는 최근에 일본의 '시나 앤 로켓(Sheena & The Rockkets)'이라는 밴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보컬인 시나는 깜짝 놀랄 만큼 벨벳 지나와 비주얼이 흡사했다. 시나는 사십이 넘은 나이에도 십대 관객들의 열광 속에서 강렬한 모습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벨벳 지나는 나이와 음악에 한계를 두었던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졌다. 그의 꿈은 사십이 넘어서도 시나처럼 당당하게 락을 노래하는 것이다. 삶 속에서 소신 있고 개성 있는 음악을 완성해나갈 벨벳 지나를 응원한다.

벨벳지나 팬 카페

http://cafe.daum.net/velvetGINA

락타이거스 홈페이지

http://www.rocktigers.com

노현지 객원기자midoriho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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