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여성 기자’ 발언 이슈로
양국 공동성명서 이공계 여성 역량 증진
여성 폭력 종식·성별임금격차 해소 선언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의 ‘여성 기자’ 발언이 이슈로 떠올랐다. 양국 공동성명에서는 이례적으로 이공계 여성 역량 증진, 여성을 향한 폭력 종식과 성별임금격차 해소 선언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성과보다는 남은 임기동안 해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여성기자들은 왜 손들지 않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장에서 한국 기자단을 향해 이같이 질문했다.

첫 질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ABC 기자를 지목했다. 다음 질문은 문 대통령이 연합뉴스TV 기자를 지목해 이뤄졌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CBS 기자를 지목해 답변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자로 호명한 미국 기자들은 여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여성기자들은 왜 손들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아니 우리 한국은 여성기자들이 없나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여성 기자가 백신과 관련해 질문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지만 아주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권 의원은 “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느꼈다”며 “두 번의 질문 중 첫 번째 질문은 남성 기자가 했던 상황에서 나머지 한 질문은 함께 자리한 여성 기자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준 대통령의 행동은 의미 있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여성’만 나오면 성차별, 젠더갈등을 들고 나오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도 “(기자가) 무엇을 의도하고 썼는지 눈에 뻔히 보인다”며 이 발언이 왜 기사화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문 대통령은 성별을 고려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성 기자를 지명한 것을 보고 문 대통령도 최소한 성별균형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문 대통령이) 또 남성 기자를 채택했다면 ‘미국은 둘 다 여성 기자에게 기회를 줬는데 한국은 여전히 남성을 우대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며 “한미정상회담은 정치적으로 언행 하나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에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분명히 대비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같이 밝히며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코로나19 백신 협력, 한반도 비핵화 등이 주요 의제로 꼽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군 55만명에 백신을 직접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계 성 김(61)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파트너십’과 ‘성김 대북특별대표 임명 발표’를 두고 깜짝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백신 파트너십에 대해 “미국민들이 아직 백신접종을 다 받지 못한 상태인데다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가 매우 많은데 선진국이고 방역과 백신을 종합한 형편이 가장 좋은 편인 한국에 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나라는 내부의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하는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특별히 중시해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성김 대북특별대표의 임명에 대해서도 “그동안 인권대표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대북 비핵화 협상을 더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성김 대사는 한반도 상황과 비핵화 협상의 역사에 정통한 분이다.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는 분이어서 북한에 대화의 준비가 돼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한 정상회담은 한계가 있다”며 “바이든 정부는 새 정부이고 문 대통령 정부는 10개월 뒤 물러날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우리 정부가 중국에 편중했다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동맹의 동력을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의 위상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정상회담을 보며 삼성, SK 등 글로벌 기업이 훨씬 중요하게 됐다”며 “문 대통령의 성과라고 하지만 그 주체는 기업에 있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정부의 기업 규제가 많았다. 반기업적 정서의 규제를 나름대로 개혁해야 기업 성장이 있다”며 “이제 문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회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공계 여성 역량 증진과 여성 폭력 종식·성별임금격차 해소 선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이공계 여성 역량 증진을 약속했다. 두 정상은 “우리는 한미 양국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혁신과 경제적 회복력의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전문가 간 교류 확대를 지원하고 여성의 역량을 증진하는 데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을 향한 폭력을 종식시키고 성별임금격차를 좁혀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기로 하였다. 우리 민주국가들의 힘은 여성들의 최대 참여에 기반한다”며 “우리는 가정폭력과 온라인 착취 등을 포함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학대를 종식시키고, 양국 모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별 임금 격차를 좁혀나가기 위한 모범 사례들을 교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 대표는 보통 양국 공동성명에 여성 관련 언급이 적은데 이공계 여성 증진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어 의미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기술이 성별에 따라 편향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술 활용에 있어서 성별과 인종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공계는 현저히 남성 비율이 많아 여성이 (이공계 분야에) 진출하고 페미니즘 관점을 기초로 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폭력 종식·성별임금격차 해소 선언에 대해서도 “노동이 사실상 핵심”이라며 “여성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노동에서 남성과 지위가 같지 않아서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의 주체가 남성으로 상징돼 있기 때문에 남성을 중심으로 그 위계와 서열을 차지한다. 그래서 폭력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성폭력 문제가 해소돼도 성별에 따른 분업이 노동시장에서 해소되지 않으면 가정에서의 성별분업, 전통적인 성별분업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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