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문명에 맞선 '환경 파수꾼'

“왜 세상은 하나의 위기에서 또 하나의 위기로 비틀거리며 나아가고 있는가”.

환경과 생태에 대한 고전이 된 <오래된 미래> 2000년판 서문에서 헬레나는 스스로 물었다. '티베트 고원 위의 오래된 문화의 나라' 라다크에서 겪은 16년의 경험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고 그는 자답하고 있다. 라다크에 가기 전 그에게 “진보의 방향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200년 된 교회가 서 있던 자리에 철골과 유리로 된 은행이 들어서는 것”이나 “길모퉁이 가게 대신 슈퍼마켓이 생기는 일”은 일상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라다크에 간 뒤 그는 “낭비도 오염도 없는 사회, 범죄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공동체는 건강하고 튼튼하며, 10대 소년이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유순하고 다정스럽게 대하는 것을 어색해 하지 않는 사회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원래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학자였다. 그가 75년 티베트의 '깡촌' 라다크를 처음 찾은 것은 당시 다니던 런던대 동양언어학과의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서였다.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라다크는 당시 인도에 편입돼 있었지만, 1000년 넘게 독자적인 언어와 티베트 불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자급자족하던 공동체였다.

헬레나가 라다크를 방문한 75년은 인도 정부가 외국 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한 때였다.

헬레나는 체류 1년 만에 라다크 말을 거의 습득했고, 라다크의 전통문화와 자급자족의 실체를 정확히 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거칠고 황량한 풍토 속에서 건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고, 내면적 평정을 누리면서 물질적인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지혜와 철학에 매료됐다.

헬레나는 이때 라다크 문화를 깊이 이해하면서 자신이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였던 서구식 산업문명의 기본적 가치를 뿌리로부터 물어볼 성찰의 계기를 갖게 된다. 성찰의 끝은 서구식 산업주의의 길 외에 사회발전의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인간의 행복이 물질적 생산과 소비의 증대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온다는 게 <오래된 미래>가 던지는 화두다. 실제로 헬레나는 라다크에서 태양에너지 등을 이용한 성공적 실험으로 산업문화의 '저주'에서 벗어날 길을 찾았다.

헬레나는 라다크에서 기울인 노력을 인정받아 86년 대안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을 받았고, 80년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오래된 미래> 서문 참조

나신아령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