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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문제작은 <바람난 가족>(임상수 감독)이다. 월간 프리미어 최보은 편집장은 이 작품을 가리켜 “가족제도의 균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특히 386 세대의 자기반성적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라고 평했다. 이 영화에서 시어머니(윤여정)와 며느리(문소리)의 캐릭터는 전혀 새로운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독립적인 이들은 여성적 연대의 새로운 모델이 되기도 했다.

문소리는 이 영화로 여성예술문화기획이 주관하는 '여성관객영화상'의 최고 여성 캐릭터상과 여성영화인모임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 부문을 휩쓸었다.

<장화, 홍련>(김지운 감독)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감독)도 주목할 만하다. <장화, 홍련>은 임수정이라는 새로운 배우를 발굴해냈다.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이 “영화가 원하는 마스크를 가진 배우”라 평한 임수정은 <…ing>에서도 성실하고 섬세한 연기를 해냈다. 한편 <장화, 홍련>의 염정아, <스캔들>과 <…ing>의 이미숙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연기력도 출중한' 여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본 영화들도 유난히 많았다. 특히 <첫사랑사수 궐기대회>와 <은장도>는 순결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면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여성 영화인의 활동도 활발했다. 2003년 장편영화로 데뷔한 여성감독으로는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미소>의 박경희,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의 윤재연, <4인용 식탁>의 이수연, <…ing>의 이언희 등이다. 모두들 여성의 시각에서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는 문제작들을 만들었다. 이밖에 임순례 감독(<세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과 정재은 감독(<고양이를 부탁해>)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시선>에서 각각 <그녀의 무게>와 <그 남자의 사정>을 연출했다. 연말에 모바일로 상영되는 디지털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따로 또 같이 <이공(異共)>'에도 김소영, 박경희, 이수연 감독이 참여했다.

명필름 대표 심재명을 비롯하여 여성 제작자들의 활동도 부쩍 늘었다. 90년대 후반 등장한 <지구를 지켜라!>의 김선아, <살인의 추억>의 김무령, <장화, 홍련>의 김영, <4인용 식탁>의 안수현, <바람난 가족>의 심보경을 비롯하여 <여우계단>의 안은미, <거울 속으로>의 김은영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 밖에도 <스캔들>의 이유진, <귀여워>의 이선미,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이유진(동명이인)도 주목할 만하다. <미소>를 제작한 임순례 감독도 빼놓을 수 없겠다.

최예정 기자shooo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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