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참사’ 이선호 아버지 “청년들, 위험한 일 안 할 권리 있다”
‘평택항 참사’ 이선호 아버지 “청년들, 위험한 일 안 할 권리 있다”
  • 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5.17 15:16
  • 수정 2021-05-17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고(故)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
“선호는 자식이자 친구이자 ‘삶의 희망’
수술 앞둔 큰딸은 아직 동생 소식 몰라
사고로 슬픈 가정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청년들, 시키는 대로 다 하지 말고 위험하면 피해야
정부에서 기업 철저히 관리·감독해 사고 막아야”
고 이선호 아버지 ⓒ홍수형 기자
고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가 경기도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우리 아들은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으면 안 들어갔을 겁니다. 청년들에게 ‘위험한 일을 안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시키는 대로 다 하면 안 됩니다. 위험한 일은 피해야 합니다.”

아들이 일하다가 300kg 철판에 깔렸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안전교육, 안전장비, 안전관리자 아무것도 없었다. 사측은 사고 이후 119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윗선에 보고했다.

‘평택항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호(23)씨 아버지 이재훈씨를 13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그는 “기업들은 오로지 비용 절감만 고려한다. 사람 목숨보다 눈앞에 떨어진 돈 몇 푼이 중요하다. 정부에서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청업체 동방, 사고 20일 만에 사과
이재훈씨 “유족에 먼저 사과나 입장표명 했어야”

4월22일 고 이선호씨 사망사고 당시 경기 평택소방서 119 구급대원이 경기 평택항 현장에 출동한 모습. ⓒ경기 평택소방서
4월22일 고 이선호씨 사망사고 당시 경기 평택소방서 119 구급대원이 경기 평택항 현장에 출동한 모습. ⓒ경기 평택소방서

인력업체 소속으로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던 이선호씨는 4월22일 오후 4시10분께 평택항 수출입화물보관 창고 앞에 있던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컨테이너 날개(300kg)에 깔려 사망했다. 평택경찰서 조사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하나, 이선호씨가 일하던 현장에는 배정돼 있지 않았다. 사고 당시 이선호씨는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이선호씨는 본래 동식물 검역 업무를 맡았지만, 이날 처음 개방형 컨테이너(FRC) 날개 접는 일에 투입됐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일하다 숨졌다. 

유족과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려 사측에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원청업체 ‘동방’은 사고 발생 20일 만인 지난 12일 대국민 사과했다. 성경민 동방 대표이사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컨테이너 작업 중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르는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유족 앞에 먼저 동방의 자체감사 결과 보고와 사과를 선행하지 않고, 성급하게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재훈씨는 “일에는 순서가 있다. 지금 순서가 잘못됐다. 유족한테 사과가 먼저지 대국민 사과가 먼저냐. 완전히 보여주기식이다”며 비판했다.

‘삶의 희망’이던 아들...수술 앞둔 큰누나는 아직 동생 소식 몰라

아버지는 고 이선호씨 연락처를 ‘삶의 희망’으로 저장해놨었다. ⓒ이재훈씨
아버지는 고 이선호씨 연락처를 ‘삶의 희망’으로 저장해놨었다. ⓒ이재훈씨

아버지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 연락처 이름은 ‘삶의 희망’이다. 이선호씨는 세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다니며 사우나에서 ‘애국가 4절 부르며 버티기’ 내기를 하곤 했다. 군대에서 유일하게 애국가를 완창해 초코파이도 자주 얻어먹던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TV를 보고 있으면 꼭 배에 다리를 올리던 장난꾸러기였다. 부자는 서로 ‘똥침’을 놓는 장난을 주고받곤 했다. 힘들 때는 서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위로도 나눴다. 아버지에게 아들은 자식이자 친구, 그야말로 ‘삶의 희망’이었다.

이선호씨를 가장 아꼈던 첫째 누나는 아직 동생이 숨진 사실을 모른다. 이재훈씨는 “첫째가 지적장애 2급이다. 9세~10세 정도 판단력을 갖고 있는데, 현재 유방암에 걸려서 수술을 앞두고 있다. 평소 딸이 선호를 정말 좋아했는데 딸에게는 지금 선호가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갔고, 시험 중이니 전화 걸지 말라고 했다. 혹시나 딸이 선호가 죽은 사실을 뉴스로 접할까 봐 아내가 딸 옆에 꼭 붙어서 감시하고 있다. 저번에 딸이 카카오톡 뉴스에 뜬 저와 선호 사진을 보고 ‘어 이거 아빠와 선호인데?’라고 말했다. 아내는 기겁하며 ‘그거 보이스피싱이니까 절대 누르지 마라’고 말했다. 지금 딸은 만화영화와 음악방송만 보고 있다. 아주 갑갑하다”고 말했다.

고 이선호씨 초등학교 시절 모습이다. 생일 파티 중에 리코더를 불고 있다. ⓒ이재훈씨
고 이선호씨 초등학교 시절 모습이다. 생일 파티 중에 리코더를 불고 있다. ⓒ이재훈씨
고 이선호씨가 초등학생 당시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다. ⓒ이재훈씨<br>
고 이선호씨가 초등학생 당시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다. ⓒ이재훈씨
중학교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이다. 아버지는 "졸업식 때 양복을 입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새 양복을 사서 선물했다. ⓒ이재훈씨<br>
중학교 졸업식 때 찍은 사진이다. 아버지는 "졸업식 때 양복을 입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새 양복을 사서 선물했다. ⓒ이재훈씨
고 이선호씨가 군대에서 전역했을 때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다. ⓒ이재훈씨<br>
고 이선호씨가 군대에서 전역했을 때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다. ⓒ이재훈씨
ⓒ홍수형 기자
고 이선호씨 빈소. ⓒ홍수형 기자

이재훈씨 “기업은 비용절감만 고려…정부가 관리·감독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씨 빈소에서 아버지 이재훈씨를 만나 사과했다. ⓒ청와대<br>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씨 빈소에서 아버지 이재훈씨를 만나 사과했다. ⓒ청와대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5월11일 국무회의에서 “추락사고나 끼임사고와 같은 후진적인 산재사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13일 빈소에 찾아와 유족에게 사과했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도 14일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며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노동부에 △동방에 대한 조사내용은 유족과 대책위에 공개 △동방 특별근로감독 실시 △5대 항만 특별 점검 실시 등을 요청했다.

이재훈씨는 정부와 공무원이 사업장을 철저히 관리·감독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들은 오로지 비용 절감만 고려한다. 사람 목숨보다 눈앞에 떨어진 돈 몇 푼이 중요하다. 정부에서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