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물질보다 더 소중한 것, 그건 가족이고 자존감이었다.  ⓒ박효신

내가 사는 대흥은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로 인증받은 곳이다.

슬로시티 운동이란 1999년 이태리에서 시작된 농촌마을가꾸기의 한 형태이다.

당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태리도 농촌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에 농촌마을 시장 몇몇이 모여 마을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던 중

도시화 산업화와는 완전 반대로 ‘느림의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이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현재 슬로시티형 마을가꾸기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슬로시티 운동은 관주도가 아니라 주민주도로 하는 운동이다.

농사만 짓겠다고 다짐하던 나는 2011년 1월 주민협의체의 사무국장 직을 맡게 되었다.

당시 우리 마을 상황은 주민들은 패배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 마을은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젊은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마을을 떠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마을은 점차 주인이 떠난 빈집이 늘면서 유령마을화 되어가고 있었다.

사무국장을 맡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주민 의식조사였다

우리 주민들의 생각을 알아야 방향과 목표를 정하지 않겠는가?

조사의 첫 질문이 ‘지금 행복하십니까?’였다.

당시 이 질문에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단 29%, 80%가 이 마을에 사는 것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다음 질문은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였다.

조사결과 답은 1위 가족, 2위 건강, 3위 경제 순이었다.

당시 마을은 총가구 중 90% 이상이 노인 혼자 또는 노인 부부 만이 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주민들이 행복해지려면 가족들이 돌아오게 만들어야겠구나..’

젊은이들에게 따로 물었다.

‘지금 우리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무엇이 있으면 당신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머무시겠습니까?’

나는 저온 냉장고, 커뮤니티센터 뭐 그런 대답이 나오 줄 알았다.

대답은 뜻밖이었다.

‘다른 거 필요없다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조사결과 방향과 목표가 결정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왔다.

주민들이 행복해 지려면 가족이 돌아오게 만들면 되겠구나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게 하려면 그들에게 희망을 주면 되겠구나

모든 프로그램은 거기에 맞추어졌다.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마을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기 위해 40년 전 사라진 마을 장터를 부활시켰다. 한 달에 한 번 주민들은 자기가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와 장터에서 팔고

국밥도 같이 먹으면서 작은 축제처럼 즐겼다.

빈집은 주인과 계약하여 주민협의체에서 수리하여 체험장과 민박집으로 사용하였다.

일년 후부터 마을 경관이 바뀌기 시작했다. 2년 후부터는 마을가꾸기 성공사례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관광객들도 늘었다.

2013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가장 아름다운 마을 네 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 이곳으로 이사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면서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팔려고 내놓았던 땅은 도로 거두어졌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부모님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가니 일 년 동안 추석날, 설날 두어 번 정도 찾아오던 자식들이 매주 내려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집집마다 자식들이 타고온 승용차로 마당이 꽉 찼다.

2016년, 5년 후 똑같은 조사를 했다.

물론 첫 질문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였다.

100명 중 90명이 ‘행복하다’고 답했고 여덟명은 ‘모르겠다’, ‘불행하다’고 답한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금 우리 마을은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물질보다 더 소중한 것, 그건 가족이고 자존감이었다. 

박효신<br>
박효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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