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 행사에서 한 명 한 명 가정관리사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에게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월16일)을 하루 앞둔 2019년 6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존중과 인정을 위한 가사노동자 권리선언’ 행사에서 서로에게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다. ⓒ여성신문  

4월 29일 국회에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이 통과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가정관리사/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간병사 등의 가사근로자가 노동자인 줄 알고 있다. 물론 자신이 일해서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이다. 그러나 법•제도적으로 이들은 지금까지 노동자가 아니었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은 ‘가사사용인에 대하여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11조)는 적용제외 조항을 두고 있어 이들은 근로자로서 기본권 보장과 사회보장을 받지 못해왔다.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 100회 총회에서는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협약(ILO189호 협약)’ 채택했고, 우리나라도 2012년 국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협약 비준동의안 제출 촉구 결의안’을 가결한 이후 법제화 노력이 있었지만 매번 좌초되었고, 이제야 법률안이 제정된 것이다. 지금까지 비공식부문에서 일해 온 많은 여성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가사노동자는 30만에서 60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대 60만에 달하는 가사노동자

법률 제정은 여성/노동단체와 가사노동자들이 만든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등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이들과 함께 가사노동자를 만나 고 가사노동자의 노동실태 등을 알리는 일을 함께 하기도 했다. 가사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얘기했던 건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한 어려움이 아니라 인격적 무시였다. 사람들이 ‘파출부’, ‘아줌마’, ‘가정부’ 등으로 부르며 자신들을 하대하고, 자신들의 일을 ‘오죽하면 남의 집일을 할까’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거였다. 그래서 가사노동자를 부르는 ‘가정관리사’란 호칭을 만들고, 미디어상의 ‘파출부’ 등의 이름을 바꿔나가는 노력들이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금은 미디어상에서도 ‘가정관리사’란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고 직업인으로서 대하는 장면이 늘고 있다.

두 번째로 호소했던 점은 자신들이 매일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걸 고용주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일주일에 1,2회 일을 하는 경우 밀린 집안일의 양이 많다. 가정관리사는 오전, 오후 그렇게 매일을 많게는 주 5일~6일까지 일을 한다. 한 집에서 많은 일을 하느라 힘을 소진하면 다음 일을 해낼 수가 없다. 가사노동자들도 다른 노동자처럼 매일 일한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래서 이들은 고질병인 근골격계질환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세 번째로 가사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이 잘 경계지어지지 않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일례로 베이비시터는 아이와 관련한 것만 하게 되어 있지만 아이 옷과 함께 다른 가족 옷도 세탁하고 다른 방도 청소하고 다른 그릇도 설거지한다. 물론 그 사이 가사노동기준을 세우고 계약서를 쓰도록 하는 노력들의 결과 많은 개선이 있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가사노동자는 고용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주에게 자신의 노동권을 이야기할 수 없다.  

가사근로자법, 노동권 보장의 시작

이제 법이 제정되었으니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최저임금을 비롯해 법정근로시간, 법정휴게시간,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4대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가사근로자 법률제정은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의 시작일 뿐이다. 해당 법은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업체가 가사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사회보장법 등이 적용되도록 하는 방안으로 여전히 근로기준법 가사노동자 적용제외 조항은 존재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증기관 밖에 있는 가사노동자는 보호받기 어렵다. 물론 해당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국제적으로 가사노동자 보호 현황을 보면 영국, 독일, 덴마크, 호주 등처럼 노동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핀란드, 스위스 등처럼 특별법이 있는 곳도 있고, 미국, 프랑스, 네털란드, 이탈리아 등처럼 노동법과 특별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장 좋은 안은 노동법을 통해 보호하는 것인데, 개인이 사업주가 되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을 따르고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해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가사노동자와 관련해 개별 가정에서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 어떻게 보호할지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사노동시장이 민간업체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되지 않도록 인증업체에 공익적 목적을 가진 기관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사노동자법은 가사노동자에게 안정적인 노동조건이 마련되는 것으로, 68년만에 비공식 노동에서 공식노동으로 바로 노동자로 인정받은 시작이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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