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성 동장 7인 한자리

@a-1.jpg

서울시 여성 동장 7인이 9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순분, 민선숙, 김인자, 조영자, 김영진 동장, 황인자 서울시 복지여성정책보좌관, 문영자, 최명숙 동장, 이혜정 전 서대문구 홍제동장. <사진·민원기 기자>▶

꼼꼼·청렴 무기 이웃도 내가족처럼 챙겨

운동화는 필수품…발품 팔아야 '주민 안녕'

“어제 눈 왔잖아요. 밤에 걱정이 돼서 염화칼슘 있나 확인하고 아침부터 뿌렸어요. 우리는 고지대라 눈 오면 걱정이에요.”

9일 서울시 복지여성정책보좌관실. 서울시 여성 동장 7인방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동장들은 만나자마자 전날 아침 내린 첫눈이 주민들한테 불편을 끼치지 않았을까 서로 안부부터 물었다.

두 달 남짓에서 2년 6개월까지 다양한 경력의 주인공들은 중구 을지로 3·4 ·5가 김인자 동장, 강북구 미아 6·7동 김영진 동장, 관악구 신림 3동 문영자 동장, 강동구 명일 2동 민선숙 동장, 노원구 중계 1동 이순분 동장, 강남구 개포 2동 조영자 동장, 은평구 불광 3동 최명숙 동장.

이날 모임은 여성 동장들의 요청으로 서울시 황인자 복지여성정책 보좌관이 마련한 자리였다. 서울시 25개 구청 산하 552개 동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동장 가운데 여성 동장은 7명 뿐이다.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고민을 나누자는 뜻이었다.

여성 동장들은 집안의 살림을 운영하듯 지역 주민들의 생활 면면을 살피고 찾아가는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발로 뛴 이야기를 쏟아냈다. 김영진 동장은 혼자 사는 노인 등 기초생활수급자의 집을 방문해 직접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먹을 것을 챙겼는가 하면, 조영자 동장은 지역 주부들과 스스럼없이 만나고 대화하며 자원봉사 등에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운동화는 여성 동장의 필수품 1호다. “사무실에 아예 운동화를 갖다 놓고 걸어다녀요. 오전, 오후 한차례씩 지역을 돌다보면 하루에 1만 5천 보는 걷게 되더라고요.” 걷는 게 힘들겠다며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라는 주민들의 격려에 오히려 힘든 줄 모른다는 여성 동장들이다.

지역 주부들의 환영에 비해 지역 단체의 남성들은 여성 동장의 부임에 다소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남성 동장들과 술자리를 통해 친밀감을 높여온 남성들로서는 여성 동장들을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성 동장들의 투명한 행정과 성실한 노력에 지역의 남성들도 변해갔다.

최명숙 동장은 남성 동장들도 소홀했던 직능단체 회의에 열심히 참여했다. 주로 업무시간이 끝나고 저녁에 회의가 잡히는 까닭에 어려움이 컸지만 최 동장의 열성에 남성들도 지지를 보내게 됐다.

중부시장, 방산시장 등 상가가 밀집된 을지로 3·4·5가의 김인자 동장도 술을 마시지 못해 처음에는 보수적인 지역 남성들과 가까워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이다 동장'을 자처하며 함께하려는 노력에 이제는 “우리 동장님은 사이다!” 하며 지역 남성들이 먼저 챙겨줄 정도다. 자연스레 술자리를 통한 청탁성 민원이 사라졌고 여성 동장들이 꼼꼼하고 깨끗한 행정을 펼친다는 주변의 인정과 지역 주민의 믿음이 커졌다.

여성 동장 7인방의 노력과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그들은 물론 공무원 사회 여성들의 성장에도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장은 구청장이 행정 5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임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 구청에 여성 동장 한 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부서, 기관을 책임지며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여성동장의 증가는 서울시 여성공무원들의 성장 가능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를 피부로 느껴서일까. 이날 참석한 여성 동장들은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더 잘 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